교육 교육일반

정책은 없고 '편 가르기'만… 단일화 늪에 빠진 서울교육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5 13:21

수정 2026.05.05 11:34

진영 내 고발과 수사 의뢰 비화… 단일화 기구의 제도적 관리 한계 노출 배상훈 교수 "이념 싸움에 매몰된 교육 자치, 공약 중심 경쟁 플랫폼 절실"

역대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단일화 효과‘ 분석
역대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단일화 효과‘ 분석
선거 구분 당선자 (득표율) 보수 후보군 합계 득표율 결과 분석
2024년 보궐 정근식 (50.24%) 49.74% (조전혁+윤호상) 보수 진영 분열로 인한 진보 진영 신승
2022년 지선 조희연 (38.10%) 58.56% (조전혁+박선영 등 4인) 보수 후보 4명 완주로 표 분산, 어부지리 당선

[파이낸셜뉴스] 6·3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5일,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진보·보수 양 진영이 각각 단일후보를 확정했음에도 탈락 후보들의 잇단 완주 선언과 경선 불복으로 사실상 다자 구도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이번 선거의 승패는 누가 더 많은 표를 얻느냐가 아니라, 누가 덜 분열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 진보, 단일후보 확정에도 3파전 가능성

진보 진영은 지난 4월 23일 시민참여단 투표를 통해 현직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을 단일후보로 확정했다. 그러나 경선에 참여했던 한만중 예비후보가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독자 출마를 선언했고, 강신만 예비후보도 불복 의사를 밝혔다.

추진위 경선에 애초 참여하지 않았던 홍제남 예비후보도 완주를 예고한 상태다.

정근식 캠프는 "대화와 통합의 문을 끝까지 열어두겠다"면서도 "현실적으로 표의 분산은 승리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다만 "표의 유불리보다 진보 진영이 지켜온 교육 철학과 가치가 이어질 수 있게 협력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만중 후보는 "6000명의 시민이 투표권조차 행사하지 못한 채 명단에서 지워졌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흔들린 단일화는 오히려 더 큰 분열을 낳는다"고 맞섰다. 강신만·한만중 후보는 지난달 28일 서울시경찰청에 단일화 추진위를 수사 의뢰한 상태다.

■ 보수, 조전혁 가세로 4파전… 재단일화 시험대

보수 진영의 혼란은 더 복잡하다. 단일화 기구인 '서울·경기·인천 좋은교육감후보추대시민회의'가 여론조사를 통해 윤호상 예비후보를 단일후보로 추대했지만, 류수노 예비후보가 여론조사 과정의 하자를 주장하며 독자 출마를 선언했다. 김영배 예비후보도 잔류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조전혁 전 의원까지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사실상 4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조전혁 캠프는 "김영배·류수노·윤호상 후보를 포함한 모든 분과 열린 마음으로 연대를 모색 중"이라며 "캠프 내에 단일화 결렬이나 독자 완주라는 가정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윤호상 캠프는 "이미 서울시민의 판단을 거쳐 확정된 단일후보를 두고 2차 단일화를 거론하는 것은 단일화의 취지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재단일화 논의 자체에 선을 그었다.

■ '분열=패배' 공식… 역대 선거가 증명

역대 선거 결과는 단일화의 중요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2024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는 진보 단일후보로 나선 정근식 후보가 50.24%를 득표하며 당선됐다.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조전혁 후보가 45.93%를 얻었지만 윤호상 후보가 3.81%를 가져가며 표가 분산됐다. 단순 합산 기준으로 보수 후보들의 득표율 합계가 진보를 웃돌았지만 분열로 패배한 셈이다. 2022년에는 보수 후보 4명이 완주하면서 득표율 38%에 불과한 조희연 전 교육감이 당선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진보 진영도 분열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변수가 더 많다. 양 진영 모두 표가 갈릴 경우 판세 예측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 "단일화 공방보다 정책 경쟁이 먼저"

전문가들은 단일화 논란 자체가 교육감 선거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후보도 언론도 단일화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며, "말로는 교육 자치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이념적 편 가르기 싸움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언론이 후보들을 불러 공약을 발표시키고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며, "후보자들이 주는 선거 공보 말고는 유권자가 정보를 얻을 통로가 없는 만큼, 공약 중심의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이 단기적으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단일화 잡음의 구조적 원인으로 단일화 기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같은 법적 관리 체계 밖에 있다는 점을 꼽는다.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의 특성상 시민단체 주도의 단일화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공정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보니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