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노사 모두 설자리 잃을 것" 삼성전자 신제윤 이사회 의장 호소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5 13:30

수정 2026.05.05 13:30

이달 21일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 앞두고
삼성전자 안팎에서 비판과 호소 잇따라
사측 업계 1위 시, 영업이익 13% 제시했으나
노조 15% 명문화 요구, 1인당 약 6억원
파업 시, 주주 피해 및 국가경제 타격 불가피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사진=김범석 기자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사진=김범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총파업 카드를 지렛대로 삼아 고액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는 삼성전자 노조를 향해 삼성전자 안팎에서 파업 자제를 촉구하는 호소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5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노조의 이달 총파업 예고와 관련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노사 모두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사업 경쟁력 저하는 물론 고객의 신뢰 상실, 주주 및 투자자 손실 등 국가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사측이 영업이익의 13% 수준, 1인당 약 5억 3000만원 정도를 올해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제안했으나, 노조는 매년 15%씩 지급을 명문화해야 한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노조 요구대로라면, 올해의 경우, 약 45조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

1인당 약 6억원 수준이다.

2025년도 삼성전자 주주배당액(약 11조원)의 4배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회사의 지난해 연구개발비(약 37조원)도 뛰어넘는 수준이다. 노조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이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총파업 시 예상 피해액은 18조원에서 30조원이다. 이는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일 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협력업체 타격, 삼성의 브랜드 가치 및 고객 신뢰 저하 등 간접적 손실까지 더하면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지난달 23일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3일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의 사진이 설치됐다. 뉴시스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의 사진이 설치됐다. 뉴시스
신 의장은 "국가 기반 산업인 반도체 사업은 타이밍과 고객 신뢰가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개발 및 생산 차질, 납기 미준수 등이 발생할 경우 근본적인 경쟁력을 잃게 되고 경쟁사로의 고객 이탈로 시장 지배력을 상실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막대한 파업 손실과 고객 이탈로 회사의 가치가 하락할 경우 주주, 투자자, 임직원, 지역사회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수백억 달러의 수출과 수십조 원의 세수가 감소하고, 환율 상승 유발로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드는 등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의장은 "지금은 회사가 직면한 무한경쟁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임직원 모두가 합심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며 "지금의 갈등이 앞으로 더욱 건설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삼성전자 사외이사들은 임금협상 과정 전반에 대해 보고를 받은 뒤, 총 주주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이사의 입장에서 이번 사태가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600만 전체 주주들의 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 깊은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 노동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 노동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을 하고 있다. 뉴스1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말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해서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되면 해당 노조 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한테도 피해를 주게 된다"고 이번 사태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에 앞서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과 경쟁력이 노사만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결실"이라며 노사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 노조는 자신들을 "악마화 했다"며 김 장관에게 항의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실시한 '삼성전자 파업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3%는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와 파업 계획에 대해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정당한 권리 행사 및 보상 요구로 적절하다'는 응답은 18.5%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이번 투쟁이 반도체 부문 소속 조합원들의 이익만 반영한 것이라며, 가전, 휴대폰 등 비(非)반도체 부문 조합원들의 노조 탈퇴가 이어지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