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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란전쟁 장기화에 "세계 침체" 경고...美 경제도 '빨간불'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5 14:22

수정 2026.05.05 14:26

IMF 총재, 이란전쟁 장기화 경고...이미 '부정적' 시나리오 진입
올해 세계 GDP 성장률 2.5% 전망, 물가상승률 5.4% 추정
전쟁 내년까지 이어지고 유가 125달러 유지되면 공급망 혼란
"美中 제외한 세계는 상당 부분 경기 침체 빠질 것"...아시아 가장 위험
美 경제도 흔들, UAE 사태에 유가 4~5% 급등..증시도 1%p 가까이 내려
美 국채 30년물 가격도 추락, 금리 5% '마지노선' 넘어
지난 3월 4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푸자이라 석유 산업 단지에서 이란의 무인기(드론) 파편에 화재가 발생한 모습.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월 4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푸자이라 석유 산업 단지에서 이란의 무인기(드론) 파편에 화재가 발생한 모습.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이 2개월을 넘긴 미국·이란 전쟁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범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경고했다. IMF는 전쟁이 내년까지 이어지고 유가가 배럴당 125달러 근방에 머문다면, 미국과 중국 외에 다른 국가들은 버티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IMF 총재, 이란전쟁으로 "세계 상당 부분 침체"
이스라엘 예루살렘포스트 등 외신들에 따르면 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4일(현지시간) 제29회 연례 경제·금융 포럼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패널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 "우리는 만약 지금 상황이 2027년까지 지속되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5달러 근방이라면 더욱 나쁜 결과를 예상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물가 상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오르기에바는 유가 상승이 공급망 혼란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료 가격이 1년 만에 30∼40% 올랐고, 이제는 곧 식품 가격이 3∼6%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의 80%가 석유 수입국인데, 이 가운데 재정 능력이 없는 국가들이 있다. 미국이나 중국은 버틸 수 있겠지만 세계 상당 부분이 깊은 경기 침체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IMF는 지난달 공개한 세계경제전망(WEO) '기본' 시나리오에서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1%로 소폭 둔화하고 물가는 4.4%로 소폭 상승한다고 전망했다. '부정적' 시나리오에서는 GDP 성장률이 2.5%로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이 5.4%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심각' 시나리오에 따르면 올해 GDP 성장률은 2%에 그치고, 물가상승률은 5.8% 까지 오를 수 있다. 게오르기에바는 4일 행사에서 "완만한 영향 시나리오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올해 전반에 걸쳐 이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고 이에 따라 부정적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 동석한 미국 석유 기업 셰브런의 마이크 워스 최고경영자(CEO)도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이란전쟁이 계속되면 우선 아시아부터 경기 침체가 시작된다며 공급 감소에 맞춰 수요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워스는 과거 세계 해양 석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던 호르무즈해협이 이란전쟁으로 막힌 이후에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5달러 언저리에 머물렀던 이유가 일시적인 완충작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워스는 "원유 공급이 중단됐을 때 가격 충격을 완화해주는 주요 완충 장치로는 지상 재고, 바다 위 선박 재고, 전략 비축유가 있다"며 "(이란) 사태 초창기에 전략 비축유가 풀렸고 연초 상업 재고도 평소보다 많은 편이라 그간 공급 충격을 흡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의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29회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AFP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의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29회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유가 완충장치 소진, 美 경제도 위기
그러나 워스는 "이 모든 것이 이제 소진됐다. 페르시아만에서 나온 마지막 배가 마침 오늘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항에서 하역 중"이라며 "시장에 가격 신호를 막아주던 완충 장치가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호르무즈해협 관련) 최고의 시나리오는 이미 몇 주 전에 폐기됐다. 장기간 이어지는 파괴적인 시나리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라며 "이미 아시아에서 (경제 타격) 징후가 보이고 있고, 유럽이 그 뒤를 바로 잇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국 시장에서 거래된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14.44달러로 전장보다 5.8% 상승했다. 6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6.42달러로 전장보다 4.39% 올랐다. 국제 유가는 휴전 중이던 이란이 4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에너지 시설을 지난 3월에 이어 다시 타격했다는 소식에 급등했다.

같은 날 미국 증시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1.13%, 0.41%, 0.19%씩 내렸다.

전쟁이 길어질 조짐이 보이면서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 곤두박질쳤다. 4일 오후 3시 기준 미국 30년 만기 국채의 유통 금리는 전장 대비 0.06%p 오른 5.02%를 기록하여 5%를 넘겼다. 채권 가격은 만기 가치를 유통 금리로 깎아 정하는 만큼 금리가 오를 수록 국채 가치는 떨어진다. 아울러 30년물 미국채 유통 금리는 미국 3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및 우량 회사채 준거 금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오를수록 미국 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커진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이클 하넷 최고투자전략가는 1일 투자자 보고서에서 미국채 30년물 금리 5%를 '마지노선'이라고 지칭하고, 채권 금리가 이 문턱을 뚫을 경우 "파멸의 문이 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시니터스의 주유소에 갤런(3.78L)당 휘발유 가격이 적혀 있다.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가격은 이란전쟁 발발 이전에 갤런당 2달러 후반 수준이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시니터스의 주유소에 갤런(3.78L)당 휘발유 가격이 적혀 있다.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가격은 이란전쟁 발발 이전에 갤런당 2달러 후반 수준이었다.로이터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