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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동 위기, 균형 잡힌 전략과 냉정함으로 국익 지키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5 18:17

수정 2026.05.05 18:17

한국 선박사고 진상조사가 우선
신중론 유지하되 장기전 대비도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미군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갇힌 선박의 탈출을 돕는 '해방 프로젝트'를 전격 가동했다. 이란은 이에 맞서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쏘아올렸다.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5% 이상 급등했다. 한 달여간 유지되던 휴전이 순식간에 흔들리는 형국이다.

공교롭게 호르무즈해협에서 한국 선사 HMM이 운용하는 선박에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 수 없으나 혼란한 중동 위기 속에 이런 사고가 발생해 위기의 징조로 받아들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견지해야 할 스탠스는 두 가지다. 과도한 심리적 위기론에 휩쓸리지 않는 냉정함과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선제적 태세가 그것이다.

먼저, 징후를 위기로 과장하는 심리적 위기론을 경계해야 한다. 이번 HMM 선박 사고 관련, 정부는 화재진압을 완료하고 선박을 인근 항구로 옮겨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외부 공격인지 선박 자체 결함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이란의 공격이라고 단정하며 호르무즈해협 작전에 한국의 참여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처럼 위기론과 의혹으로 이번 사태에 휩쓸리다 보면 우리의 국익만 손상될 뿐이다. 더구나 파병 문제는 진상규명과 국익 판단을 토대로, 국제법과 국내법 절차에 따라 냉정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동맹의 압박에 떠밀려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이번 선박 사고의 경우 철저한 원인 파악과 함께 우리 선박과 선원 그리고 현지 기업인과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이번 선박 사태와는 별도로 경제의 경우도 과도한 위기론 분위기에 휩쓸려선 안 될 것이다. 불안 심리로 경제를 위축시킬 필요가 없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는 침소봉대는 우리 스스로 외교적 판단의 여지를 좁히는 자해행위일 뿐이다.

반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한 채 최선만을 기대하는 안일함도 경계해야 한다. 최근 중동 사태는 협상 분위기가 무르익다가 장기전으로 흐를 수 있다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란전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세계 경제가 더욱 악화하고, 공급망 타격이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동사태 장기화 조짐으로 이미 유가 상승을 억제해온 완충장치가 힘을 잃었다는 진단도 나온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오가는 호르무즈해협이 장기간 불안정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수출 중심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에 매우 위협적인 시나리오다.

따라서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우선, 사고 선박의 진상 조사를 최우선에 두고 우리 선박과 선원, 기업의 안전을 확보하는 실질적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에너지 공급망 충격에 대비한 비축전략과 대체공급선 다변화 계획을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중동 정세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그러나 과도하게 위기론에 휩쓸려 부화뇌동하다간 국익 손실만 자초할 것이다. 그렇다고 안이한 태도로 현 사태를 관망하다간 중동사태발 글로벌 경제위기 파고에 휩쓸리고 말 것이다.
냉정한 눈으로 상황을 직시하되 최악의 시나리오에 빈틈없이 대비하는 균형 잡힌 전략만이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