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관절와순 손상 판정… 154km 직구와 맞바꾼 '청천벽력' 수술대
스프링캠프 통증 이겨내고 돌아왔건만… 끝내 15구 강판 후 뜨거운 눈물
외인 원투펀치 잃은 한화, 토종 에이스마저 이탈하며 선발진 완전 '초토화'
"우는 모습에 가슴 무너져" 김경문 감독의 짙은 한숨, 위기의 한화 마운드
[파이낸셜뉴스] 스물세살 청년의 뜨거운 눈물에는 마운드를 향한 지독한 갈증, 그리고 팀을 향한 짙은 미안함이 깊게 녹아있었다.
한화 이글스의 토종 에이스 문동주가 결국 짐을 싼다. 그것도 단순한 휴식 차원이 아닌, 투수에게 가장 치명적이라는 어깨 관절와순 수술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으며 더 높은 비상을 꿈꿨던 독수리 군단의 날개에 가장 뼈아픈 제동이 걸렸다.
문동주는 지난 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해 단 15개의 공을 던지고 스스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1회말 1사 2루 위기 상황, 베테랑 최형우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낸 154㎞/h의 직구가 올 시즌 그가 마운드 위에서 던진 마지막 공이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교체를 요청하며 일그러진 그의 표정 뒤에는 이미 올해 초 스프링캠프 때부터 그를 은밀하게 괴롭혀온 깊은 통증이 숨어있었다.
한화 구단에 따르면 문동주는 최근 두 곳의 전문 병원에서 교차 검진을 진행한 결과, 우측 어깨 관절와순 손상으로 인해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견을 받았다. 한화 벤치는 일말의 희망을 걸고 해당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조브클리닉에 정밀 판독을 의뢰해 둔 상태지만,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시즌 아웃이라는 참혹한 현실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누구보다 가슴이 무너져 내린 것은 선수 본인이다. 문동주는 올 초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발생한 어깨 염증으로 인해 태극마크(2026 WBC)의 꿈을 접어야 했던 아픔을 겪었지만 묵묵한 재활 끝에 4월 마운드에 돌아왔다. 6경기 동안 1승 1패 평균자책점 5.18. 완벽한 구위는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팀의 선발 한 축을 버텨내려 땀을 흘렸다.
김경문 감독은 "동주가 열심히 노력하다가 이렇게 시즌을 끝내게 돼 너무 아쉽다"며 "많이 우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마음이 몹시 아팠다"고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문동주의 장기 이탈은 곧 한화 선발진의 완전한 붕괴를 의미한다. 이미 한화는 1선발 오웬 화이트가 햄스트링 파열로 장기 이탈했고, 윌켈 에르난데스마저 팔꿈치 염증으로 이탈한 상태다.
김 감독조차 "20년 감독 생활 동안 이렇게 순식간에 선발진이 빠지는 것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외인 원투펀치가 지워진 절망 속에서 묵묵히 마운드를 지키던 토종 에이스의 어깨마저 고장을 일으켰다. 한화는 이제 정우주, 박준영, 강건우 등 불펜을 지키던 어린 투수들로 헐거워진 선발 로테이션을 꾸려야 한다. 그 첫번째 선발에서 강건우는 채 2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5실점을 하며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
물론 정우주, 박준영, 강건우는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지만, 지금 당장 5강을 노리는 한화 입장에서는 선발진이 못 미더운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가뜩이나 불펜 소화 이닝 1위(135⅓이닝)이자 평균자책점 꼴찌(6.45)에 머물고 있는 한화 구원진의 과부하는 앞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수술대에 오르는 문동주의 눈물은 한화의 잔혹한 5월을 상징하는 슬픈 자화상이 됐다. 투수진이 붕괴하며 중하위권으로 처진 독수리 군단 앞에는 이제 가장 험난하고 차가운 가시밭길만이 놓여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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