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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UAE 손에 달렸다"…OPEC 공식 깨지나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7 05:59

수정 2026.05.07 05:59

59년 만에 OPEC 탈퇴…사우디 감산 체제서 증산 노선 전환 "OPEC, 스윙 프로듀서 지위 상실…호르무즈 정상화 땐 유가 안정 가능성"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전격 탈퇴하면서 국제 원유 시장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감산 체제에서 벗어나 증산과 미국 중심 에너지 투자로 방향을 틀면서 국제 유가와 중동 패권 구조까지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UAE는 지난 1일부터 OPEC 회원국 지위를 공식 종료했다. 1967년 가입 이후 약 59년 만이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표면적인 탈퇴 배경은 사우디가 주도해 온 감산 전략과 UAE의 생산능력 확대 전략 간 충돌"이라며 "이 갈등은 2021년 OPEC+ 회의에서 공개된 바 있으며 이번 탈퇴는 그 연장선에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UAE는 그동안 사우디 중심 감산 정책에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왔다. UAE는 대규모 증산 여력을 갖고 있음에도 OPEC+ 감산 체제에 묶이면서 생산 확대에 제약을 받아왔다.

황 연구원은 "UAE는 OPEC 내 두 번째로 큰 생산능력 보유국으로 OPEC+의 예비 생산능력 중 약 25%를 차지한다"며 "전쟁 전 340만배럴(b/d)을 생산했고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는 2027년까지 생산능력을 500만b/d로 확대하는 목표를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탈퇴에는 지정학적 요인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황 연구원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UAE는 주변국들의 미온적인 대이란 태도에 불만을 품어왔다"며 "GCC 정상회의 직후 탈퇴를 전격 발표함으로써 사우디 주도 질서에 더 이상 종속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UAE의 최근 해외 투자 행보에도 주목하고 있다. ADNOC의 해외 자회사 XRG는 미국 LNG 지분 확대를 비롯해 아르헨티나·이탈리아 LNG 개발, 아제르바이잔 남부 가스전 인수, 모잠비크·투르크메니스탄·이집트 가스전 투자 등을 검토 중이다. 특히 미국 에너지 자산 투자 확대를 두고 단순 수익 목적을 넘어선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황 연구원은 "최근 이란 사태 장기화로 중국·이란의 중동 영향력이 강화되고 위안화 결제 확산과 중국의 중동 인프라 투자가 맞물리면서 걸프 산유국들이 위안화 경제권으로 흡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왔다"며 "UAE의 대규모 미국 가스 투자는 이런 상황 속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OPEC 탈퇴와 미국 LNG 투자를 연계해서 보면 UAE는 미·중 에너지·안보·금융 선택지 사이에서 독자 노선을 가장 빨리 정한 걸프 산유국"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순한 OPEC 이탈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패권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 연구원은 "1970년대 국제 석유 거래량의 85%를 차지했던 OPEC은 현재 OPEC+ 기준으로도 글로벌 생산 비중이 40% 수준에 불과하다"며 "UAE 탈퇴로 이 수치는 더 낮아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번 결정으로 OPEC은 사실상 스윙 프로듀서의 지위를 잃었다"며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이후에는 UAE의 증산 속도에 따라 국제 유가가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사우디 중심의 중동·에너지 패권이 어떻게 재편될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