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파원 칼럼] 왜 도쿄로 서울로 몰리나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6 18:06

수정 2026.05.06 18:07


[특파원 칼럼] 왜 도쿄로 서울로 몰리나

"왜 다들 도쿄로 가는 거야." 1991년 방영된 일본 드라마 '도쿄 러브 스토리' 속 이 질문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35년 전과 지금의 차이는 있다. 과거의 도쿄 집중이 눈에 보이는 인구이동이었다면 지금은 구조 자체가 사람을 끌어당긴다. 그래서 더 강력하고 더 풀기 어렵다.

얼마 전 만난 마쓰다 히로야 노무라종합연구소 고문 겸 '미래를 선택하는 회의' 공동대표는 이 문제를 한마디로 정리했다.

"지방에 대한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도쿄라는 구조 자체를 손보지 않으면 문제는 반복된다."

마쓰다 고문은 일본에서 '지방소멸'이라는 용어를 처음 제기한 인물이다. 그는 2015년 저서 '지방소멸'을 통해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이 결합될 경우 다수 지역이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순한 인구 문제가 아니라 경제·재정·산업 구조가 맞물린 결과라는 진단이다.

이제 공장을 지방으로 옮기면 해결되던 시대는 끝났다.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본사 하나로 전국을 관리할 수 있고, 그 본사는 거의 예외 없이 도쿄에 있다. 매출은 전국에서 발생하지만 세금은 도쿄에 쌓인다. 마쓰다 고문은 이 같은 세원 편재를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지목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도쿄권 순유입은 이어진다. 자금 흐름은 더 극단적이다. 도쿄 23구는 전국 상업지의 1%에 불과하지만 고정자산세의 약 20%를 거둔다. 재정은 다시 교육·복지·인프라로 재투입되고, 이는 추가적인 인구유입을 낳는다. 집중이 스스로를 키워가는 구조다.

이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2년 '국회 등 이전법'으로 대표되는 수도 이전 논의는 한때 국가적 의제였다. 후보지까지 정해졌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다. 이해관계가 복잡했고, 무엇보다 '굳이 옮겨야 할 이유'가 충분히 설득되지 못했다. 이후에도 정부기관 지방 이전 논의가 반복됐지만 가시적 성과로 남은 것은 2023년 문화청의 교토 이전 정도다.

실패한 이유는 명확하다. '기관'을 옮겼을 뿐 '구조'를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제 접근방식을 바꾸고 있다. 집권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내놓은 '부수도 구상'은 단순한 분산이 아니라 유인 설계에 가깝다. 기능을 나누는 것이 아닌 기업과 자본이 움직이도록 조건을 재설계한다.

구체적으로 특정 지역을 '부수도'로 지정하고, 규제완화와 세제 혜택을 집중한다.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산업을 집적시켜 인구를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산업정책도 결합된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지역 미래 전략'은 반도체·인공지능(AI)·항공 등 전략산업을 지방에 클러스터 형태로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국토교통성은 오피스 유치를 위해 지방 도심의 용적률 규제완화도 검토하고 있다.

그럼에도 회의론은 여전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도쿄의 흡인력이 여전히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지난해 12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세수 재분배에 대해 "국익을 해칠 수 있다"며 반발했다. '도쿄의 성장이 곧 일본의 성장'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글로벌 자본과 인재가 도쿄를 선택하는 현실을 보면 완전히 틀린 주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 역시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 최근에는 공공기관뿐 아니라 한국예술종합학교, HMM 본사 이전 논의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일본의 경험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기관은 옮길 수 있지만 기업은 계산한다.
세제, 인재, 네트워크, 시장. 이 네 가지 조건이 움직이지 않으면 본사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본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사람도 이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질문은 다시 돌아온다. 왜 사람들은 도쿄로 향하는가. 왜 자본은 서울로 모이는가.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