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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차이나플라스 2026' 有感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6 18:06

수정 2026.05.06 18:05

구자윤 산업부 차장
구자윤 산업부 차장

K화학이 외치는 '스페셜티 전환'은 이제 익숙한 문장이 됐다. 정부도 최근 중동발 공급 불안 속에서 나프타 수급 안정과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률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공급망 충격 속에서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지난 21~24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차이나플라스 2026 현장을 돌아보며 든 생각은 조금 달랐다. 지금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고민하는 것은 단순한 가동률이나 스페셜티 전환 자체가 아니었다.

'인공지능(AI) 시대 어떤 산업 위에 올라탈 것인가'가 핵심이었다.

사빅, 바스프, 코베스트로, 라이온델바젤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로봇과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를 함께 제시하며 AI 시대 새로운 소재 수요를 설명했다. 서버 냉각팬과 전원분배장치(PDU),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구조체, 광케이블 소재 등을 함께 전시하며 AI 산업 확산에 따라 전력효율·열관리·경량화 소재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친환경·모빌리티·고부가가치 소재 중심 전략에 집중했다. 롯데케미칼 부스에 전시된 폴리에테르에테르케톤(PEEK), 현상액 테트라메틸암모늄 하이드록사이드(TMAH) 같은 반도체 관련 소재는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경쟁력이 있었다. 다만 AI 시대 산업 변화와 연결된 통합 메시지는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였다. 결국 차이는 소재 수준보다 '전략의 방향성'에 있었다. 반면 국내 업계는 여전히 소재 자체의 성능과 스펙 중심 설명에 머무르는 모습이 강했다.

물론 지금 K화학의 현실도 녹록지 않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익성 악화 속에 정부 역시 NCC 가동률과 공급망 안정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NCC 가동률 회복 자체가 산업 경쟁력을 보장해주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가 아니다. AI와 로봇, 데이터센터, 전력망 확대라는 거대한 산업 변화 속에서 어떤 수요 위에 올라탈 수 있느냐다. 스페셜티도 결국 미래 산업과 연결되지 못하면 또 다른 '고급 범용'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차이나플라스 2026은 AI 시대 화학기업의 경쟁이 어디서 시작되고 있는지를 보여준 현장이었다. 이제 K화학에도 필요한 것은 '스페셜티를 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AI 시대 어떤 산업의 일부가 될 것인지에 대한 더 큰 전략이다.

solidkjy@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