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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으로 돈 벌면 집 샀다"…무주택 가계 차익 70% 부동산으로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7 12:00

수정 2026.05.07 12:00

부동산 자료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자료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국내 주식시장에서 번 돈이 소비보다 부동산 투자로 먼저 흘러가는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올라 자산이 늘어나도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비율은 주요 선진국보다 크게 낮았다. 반면 최근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 투자 확대 영향으로 주가 하락 시에는 소비 위축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식으로 돈 벌어 소비보다 집 샀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에 따르면 가계는 주식 투자로 얻은 수익 가운데 약 1.3%만 소비에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식으로 1만원의 자본이득이 발생할 경우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금액은 평균 130원 수준에 그친다는 의미다.



이는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자산효과(3~4%)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주식시장 호황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뜻이다.

한은은 국내 가계의 제한적인 주식 투자 구조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가계의 주식자산 규모는 가처분소득 대비 77% 수준으로 미국(256%)과 유럽 주요국 평균(184%)에 크게 못 미쳤다. 주식 보유 역시 고소득·고자산층에 집중돼 있어 주가 상승 효과가 소비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주식 투자로 번 돈 상당 부분이 부동산으로 이동한 점이 눈에 띈다. 한은 분석 결과 무주택 가계는 주식 자본이득의 약 70%를 부동산 자산으로 옮긴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 최근 서울 지역 주택 매매 과정에서도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중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가계는 주식 투자 수익을 지속적인 소득 증가보다는 일시적인 이익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소비를 늘리기보다 부동산 등 다른 자산에 다시 투자하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표=한은 제공 /사진=파이낸셜뉴스
표=한은 제공 /사진=파이낸셜뉴스

주식 투자 수익이 소비 대신 부동산으로 향하는 배경에는 국내 자산시장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에 따르면 2011~2024년 국내 부동산 시장은 주식시장보다 변동성이 낮고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가계 입장에서는 소비보다 부동산 재투자가 더 유리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의미다.

국내 증시에 대한 낮은 신뢰도 자산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미국과 비교하면 국내 증시는 기대수익률은 낮고 변동성은 높은 데다 상승 흐름의 지속기간도 짧아 가계가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주가 하락 땐 역자산효과 우려"
다만 최근에는 변화 조짐도 감지된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영향으로 증시가 급등하면서 가계의 주식 보유 규모와 참여 계층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가계의 주식 자본이득은 429조원으로, 2011~2024년 평균의 22배 수준까지 늘었다.

특히 청년층과 중·저소득층의 주식시장 참여 비중이 높아진 점에 한은은 주목했다. 2019년과 비교해 전체 주식자산 가운데 청년층 비중은 5.5%포인트, 중·저소득층 비중은 2.2%포인트 각각 확대됐다. 이들 계층은 상대적으로 소비 성향이 높아 향후 국내 자산효과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한은은 증시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한 경계도 함께 내놨다.
최근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늘어나는 등 레버리지 투자 규모가 확대되고 있어 주가 하락 시 소비 위축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가격 하락과 채무 부담 증가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소비와 경기 회복세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에는 주식시장 참여 계층이 다양화되고 기대수익도 확대되면서 과거보다 자산효과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주가 조정 시에는 역자산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금융 불균형 누적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