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바닷속 유해 미생물, 성장단계 따라 독성 달라져

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8 06:00

수정 2026.05.08 09:55

해안가 관광객들 모습. 연합뉴스
해안가 관광객들 모습.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바다 속 생물이 섭취하면 사람에게도 해를 줄 수 있는 유해 미생물이 미생물 성장 단계에 따라 독소 강도도 달라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독성은 최대 5배 증가해, 해양 안전 관리에도 새 기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8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물자원센터 이준 박사 연구팀에 따르면 바닷속 미생물이 언제 더 강한 독성을 가지게 되는지를 규명하며, 해양 안전 관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바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미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패류독소라는 강한 독을 만들어낸다. 이 독소는 조개류 등에 축적돼 사람이 섭취할 경우 신경 마비를 일으키는 등 심각한 중독을 유발할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환경·보건 문제로 꼽힌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미생물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개체 수)를 기준으로 위험도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같은 수의 미생물이 존재하더라도 실제 독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보다 정밀한 위험 예측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해양 미생물인 '센트로디늄(Centrodinium punctatum)'을 대상으로 약 30일 동안 성장 과정을 추적하며 독소 변화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배양 기간에 따라 세포의 성장 과정을 3단계(Stage 1~3, 초기·중기·후기)로 구분할 수 있으며, 각 단계마다 생성되는 독소의 종류와 강도가 뚜렷하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초기에는 비교적 약한 독소가 주로 생성되지만, 성장 후반 단계로 갈수록 매우 강한 독소가 급격히 늘어나며, 전체적인 독성은 초기보다 약 5배 이상 중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세포의 크기와 형태가 변하는 특정 발달 단계에서 독소를 만드는 유전자 활동이 집중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을 규명했다. 이는 미생물이 단순히 존재하는 것보다 어떤 성장 단계에 있느냐가 독성 위험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는 앞으로의 해양 환경 관리 방식에도 중요한 변화를 시사한다.
지금까지는 미생물의 수를 기준으로 위험도를 판단해 왔지만, 앞으로는 해당 미생물의 성장 단계까지 함께 고려해야 보다 정확한 독성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준 박사는 "이번 연구는 해양 미생물이 단순히 양적으로 늘어날 때가 아니라, 질적으로 성숙해지는 시기에 더 위험해진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며 "앞으로는 생물의 성장 단계를 반영한 새로운 관리 기준을 통해 해산물 안전과 해양 생태계 보호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환경 분야의 세계적인 저널인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IF 11.3) 2026년 3월 15일자 게재됐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