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오현미씨(35·가명)의 계좌에는 SK하이닉스가 들어있다. 초보 개미(개인 투자자)인 오씨의 계좌에서 보기 드문 수익률을 기록 중인 '효자 종목'이다. 그런데 요즘 오씨는 계좌를 들여다 볼 때마다 속이 쓰리다.
오씨가 SK하이닉스를 계좌에 담은 건 미국-이란 전쟁이 터진 직후였다. SK하이닉스가 89만원대까지 빠지던 3월, 주변에서 다들 판다고 할 때 오씨는 매수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오늘 SK하이닉스는 사상 처음으로 160만원을 돌파했다. 수익률은 약 80%, 수익금으로 치면 약 710만원을 번 셈이다. 그런데도 오씨는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같이 SK하이닉스를 산 친구는 여유자금이 넉넉해서 100주를 한 번에 샀다고 하는데, 그 친구의 수익금은 자신의 10배일 거라는 생각이 들자 입맛이 썼기 때문이다.
"그때 나도 더 샀어야 했는데. 무리해서라도 조금 더 사둘걸." 하루종일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에 한숨을 쉬던 오씨는 문득 깨달았다. 이게 바로 사람들이 말하던 'FOMO'라는 사실을.
불장 속 FOMO, 있어도 없어도 당신을 찾아온다
'FOMO(Fear of Missing Out)'는 2013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공식 등재된 개념으로, 2000년대 중반 하버드대·옥스퍼드대에서 사회병리 현상으로 연구하면서 학술 용어로 자리 잡았다. 주식 투자에서는 주로 시장이 계속 올라가는데, 투자하지 않으면 나만 손해라는 심리 상태로 이해할 수 있다.
거래 심리학에 따르면 대부분의 투자자는 상승장 상단 부근, 즉 지금 같은 시점에서 FOMO를 가장 강하게 경험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FOMO가 주식이 없는 사람만의 감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FOMO는 오씨처럼 수익을 내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도 찾아온다.
"더 많이 샀어야 했는데", "더 좋은 종목을 골랐어야 했는데"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상향 비교(Upward Social Comparison)'라고도 부른다. 자신보다 나은 상황에 있는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현상이다. 친구의 수익과 비교하면서 스스로 FOMO를 겪고 있는 오씨의 사례도 이에 해당한다.
"빚내서 더 타볼까"…FOMO가 위험한 이유
문제는 FOMO가 단순한 감정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고점에서 추격매수를 하게 만든다거나, 레버리지 등으로 위험부담을 안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스피가 상승하면서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크게 늘었다. 지난달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해 말 27조원에서 36조원으로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뿐만 아니라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지난해 말 9829개에서 680만개 늘어난 1억509만개로 집계됐고, 증시 진입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88조원에서 125조원으로 증가했다. 증시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이다. 이러한 시장의 과열 분위기를 반영하듯, '한국형 공포지수'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60.07로 급등했다. 불장에 올라탔거나, 지금이라도 올라타려는 이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그 중심에는 FOMO가 있다.
코스피지수 전망치가 1만선까지 치솟고 있다. 그러나 증시는 움직이는 생물이다. 마냥 오를 것 같지만, 위기는 알 수 없는 때에 찾아온다. FOMO에 시달릴수록 경계심을 바짝 높일 때다.
'껄무새'가 되기 싫은데 오늘도 결국 "살 걸, 팔 걸, 버틸 걸…" 주식도, 부동산도, 재테크도 다들 나 빼고 잘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어려운 투자의 세계, 손뼉 치며 공감할 [개미의 세계]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함께 공유하고 싶은 투자 사연이 있는 개미들의 제보도 기다립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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