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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랠리에 ‘머니무브'…두달새 예금 12조 증발 [코스피 상승의 역설]

서지윤 기자,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7 18:25

수정 2026.05.07 18:32

코스피 급등에 은행 예금 속속 이탈
신용대출은 이틀만에 9천억 급증
자금 이탈 본격화에 ‘빚투’ 조짐도
저축銀 등 금리 인상으로 수신방어

증시 랠리에 ‘머니무브'…두달새 예금 12조 증발 [코스피 상승의 역설]

코스피가 7500선을 돌파하고 증권가를 중심으로 '8천피' '1만피' 전망까지 확산되면서 시중자금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 예·적금과 요구불예금은 줄고, 신용대출은 확대되는 등 증시로의 '머니무브'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이에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을 중심으로 수신방어 차원의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강해지는 '머니무브', 은행→증시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6일 기준 934조611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937조1834억원)과 비교해 2조5720억원 감소한 수치다.

올해 들어 잔액이 가장 많았던 지난 2월 말(946조8897억원)과 비교하면 12조2783억원이 줄었다.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939조2863억원을 기록한 이후 올해 2월까지 증가세를 보였으나 감소 흐름으로 돌아선 상태다.

대기자금 성격의 요구불예금도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5대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3월 말 699조9081억원까지 늘었지만 지난달 말 696조5524억원으로 감소한 뒤 6일 기준 699조1204억원 수준이다.

최근 국내 증시 분위기와 맞물린다는 분석이다. 코스피가 7500선을 돌파하는 등 호황을 보이자 개인 자금이 증권시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말 4214.17에서 이날 장중 7531.88까지 오르며 5개월도 되지 않아 78.73% 급등했다. 이와 달리 주요 시중은행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여전히 연 2%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

일각에서는 '빚투' 조짐도 감지된다. 신용대출은 지난해 말 이후 등락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주가 상승세가 가팔라진 5월 들어 다시 늘고 있다.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104조3413억원에서 지난 6일 기준 105조2199억원으로 8786억원 늘었다. 사실상 연휴 이후 주식시장이 개장한 이틀 동안 9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말(104조9685억원)과 비교해도 2514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망’·2금융권 ‘수신방어’

'머니무브' 현상이 강화되고 있지만 시중은행들은 아직 위협적인 수준의 자금이탈은 아니라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개인 자금은 증시로 이동하고 있지만 법인·기관 자금이 일부 재유입되면서 전체 수신 기반 자체는 예상보다 견조하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수신 감소 자체보다 대출 성장둔화에 따른 예대율 하락을 더 주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개인 자금의 증시 이동은 뚜렷하지만 법인·기관 자금 유입이 이를 일부 상쇄하면서 은행권 전체 수신은 예상보다 견조한 상황"이라며 "금리를 소폭 올렸지만 추가로 더 올리기도 쉽지 않고 실제 수신방어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증시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보니 단순 금리 경쟁만으로는 자금 이동 흐름을 막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은 상대적으로 위기감을 느끼며 수신방어에 나서는 모습이다. 증시 활황에 따른 머니무브 현상이 확산되자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이날 연 3.24%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이후 약 1년4개월 만에 가장 높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상품 310개 가운데 연 3.5% 이상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도 52개에 달했다. 연 3% 이상 상품은 270개로 집계됐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금리를 높게 유지한다는 것은 자금이 투자 시장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미"라며 "대출여력은 줄었지만 유가증권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가 수신 금리 상승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금리 상승이 머니무브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호금융 관계자는 "대부분의 고객이 예금 만기가 도래하면 재예치를 했는데 지금은 자금이 증시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며 "1년에 3%대 후반의 이자를 보장한다고 해도 일부 종목이 하루 10%씩 뛰는 상황에서 증시로 이동한 자금이 돌아올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