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채취한 이팝나무향을 뷰티브랜드 투힐미에서 향과 미디어아트 전시로 풀어냈다. 빛과 영상, 그리고 향이 만난 공간. 관람객들은 오래 머물렀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보다 먼저 감각이 닿는 순간, 그것은 하나의 '시'가 된다. 말로 다 하지 못하는 감정을 남기는 것, 그것이 향이 가진 힘이다.
요즘 서울 거리에도 이팝나무가 곳곳에 피어 있다. 무심히 지나던 길에서 사람들은 잠시 속도를 늦춘다. 그 향은 강하지 않지만 분명하다.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조용히 어우러진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프랑스 그라스는 중세 가죽공방의 냄새를 덮기 위해 향을 쓰기 시작했고, 그것이 향수 산업으로 발전하며 도시의 정체성이 되었다. 일본 교토 또한 향의 도시다. 절과 골목마다 은은한 향 냄새가 배어 있고, 사람들은 그 향으로 계절과 시간을 기억한다. 보이지 않는 감각이 도시를 만들고, 사람의 기억을 만든 사례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그런 감각인지 모른다.
특히 6월 3일을 앞둔 지금,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 속에 서 있다. 그러나 같은 계절을 살고, 같은 공기를 마신다. 색과 향은 다투지 않는다. 올해 서울의 색 '모닝옐로우'는 목멱산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의 빛에서 시작되었다. 서울색 모닝옐로우처럼 아침의 빛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내린다. 여기에 이팝나무의 향이 더해진다면 우리는 잠시 멈춰 서로를 바라볼 수 있을지 모른다. 익숙한 분열의 언어를 넘어서는 일, 그것은 거창한 구호보다 작은 감각에서 시작되는 조용한 혁명에 가까울 것이다.
디자인은 형태를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마음이 머무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인간을 위한 디자인 철학자 '빅터 파파넥'(Victor Papanek)은 "디자인은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거대한 구호보다도, 어느 날 문득 스쳐가는 향기 하나일지 모른다. 같은 계절의 냄새를 맡고, 같은 빛 아래 잠시 걸음을 멈추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준비를 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것을 통해 마음과 마음을 잇는 일. 그것이 지금 디자인이 해야 할 가장 깊은 역할이다.
5월의 향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지만, 그 감각은 오래 남는다. 시처럼 스며들고, 혁명처럼 조용히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오늘 우리가 같은 향을 느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연결된 것이다. 서로 다른 우리가 같은 향을 기억할 수 있다면, 그 기억은 갈라진 마음 사이에 놓인 가장 조용하고도 깊은 다리가 될 것이다.
김현선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
■약력 △도쿄예술대학 미술학 박사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회장 △은탑산업훈장 △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스마트분과위원장 △세계학술심의회 그랑프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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