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에는 얼마나 무서울까요."
지난 4월 베이징모터쇼 출장에서 시승한 지커 8X 차량 안. 옆자리에 앉은 차량 담당자는 스스로 흘러가는 핸들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지커는 2021년 출범했다. 이제 다섯 살이다.
사람으로 치면 이제 막 유치원에 들어간 이 브랜드의 차는 라이다 5개와 센서 43개를 달고 베이징 도심을 달렸다. 한국과 비교가 안 되는 도로다.
그런데도 NGP라는 이름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그 모든 경우의 수를 읽어냈다. 옆에서 차가 끼어들면 즉각 감속했고, 빈틈이 보이면 다시 가속해 차선을 바꿨다. 갓길 정차 차량을 피하고, 회전 구간에서 흐름을 끊고 들어가는 동작이 사람보다 매끄러웠다. 운전자는 그사이 핸들에 손을 올리지 않았다. 차에서 내린 뒤 차량이 알아서 빈자리에 들어가는 원격 자동주차 시연도 이어졌다.
중국의 자율주행은 이 순간에도 진화하고 있다. 이미 판매 차량에 레벨 2 이상의 고도화된 자율주행 시스템을 기본 탑재해 실주행 데이터를 수억㎞ 단위로 모으고 있다. 바이두 로보택시 '아폴로 고'는 올해 3000대 운영을 목표로 하고, 지리홀딩그룹은 2027년 레벨4 로보택시 상용화를 예고했다.
핵심은 데이터다. 중국은 자율주행 학습 데이터에 잡힌 행인의 얼굴을 그대로 두지만 한국은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모두 모자이크 처리한다. 문제는 모자이크된 얼굴로는 행인이 차를 향하고 있는지, 등을 돌리고 있는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보행자의 시선과 방향은 자율주행이 다음 동작을 예측하는 핵심 단서다. 국토교통부 연구에 따르면 원본 영상 대신 가명 처리된 영상을 사용할 경우 AI의 보행자 및 차량 인식 정확도는 최대 25% 떨어진다. 출발선부터 다른 셈이다.
격차는 아득하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양산차에 레벨3 자율주행을 적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상용화는 2028년으로 밀렸다. 정의선 회장조차 "중국 업체나 테슬라가 잘하고 있기 때문에 격차는 조금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정부가 자율주행 학습용 영상의 원본 활용을 일부 허용하는 특례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지난해 말의 일이다.
"내년에 오시면 또 다를 겁니다." 지커 담당자는 시승이 끝날 무렵 이런 말을 덧붙였다. 그 1년 동안 한국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베이징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질문이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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