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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도 동료도 주주도 등 돌린 삼성전자 노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7 18:48

수정 2026.05.07 18:48

총파업 2주 앞두고 노노 갈등 심화
명분 없는 강경투쟁 고립 자초할 뿐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예고한 총파업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삼성전자 노조 이슈가 전 국민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 삼성전자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업을 둘러싼 풍경이 전형적 노조들과 다르다. 으레 파업이면 노사 대립이 주목받는데, 이번엔 노노갈등부터 주주의 소송, 그리고 비등하는 국민 여론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명분이 어느 곳에서도 지지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노조 내부부터 금이 갔다는 점이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명분에 치명적이다.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한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가 소수 노조인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을 '어용노조'로 지칭하며 교섭정보조차 공유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실상 노노갈등이 벌어진 것이다.

공동투쟁본부 아래 반도체부문 직원 중심의 성과급 요구가 주류를 형성하면서 가전·스마트폰·TV를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직원들의 배제를 부른 게 갈등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같은 회사의 직장 동료이면서 사측에 맞선 노조 내에서조차 갈등이 벌어진 것이다. 성과급을 나눠 먹는 방식을 놓고 사측과 계산법이 다른 가운데 같은 노조끼리도 싸우면서 명분과 투쟁력을 소진시키는 격이다.

주주들도 등을 돌렸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파업 및 부당합의 강행 시 전면적인 주주권 행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노조는 스스로의 권익을 추구하고 행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바라는 주주들은 이번 파업이 생산차질과 기업가치 훼손으로 직결될 것을 우려한다. 기업의 이익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는데, 노조의 일방적인 이익 추구에 주주들의 피해가 커질 경우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태세다.

국민 여론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외환위기 이후 수십년간 국가 차원의 세제 혜택과 산업 지원 속에서 성장해온 기업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등 정부와 국민이 함께 쌓아 올린 기반 위에 오늘의 삼성전자가 섰다는 게 국민 정서다. 물론 땀 흘린 노동자들의 기여는 가장 높게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민적 지지와 사회적 자산으로 키워진 산업을 마치 자신들만의 노력으로 일군 것처럼 행세하며, 파업을 압박 카드로 꺼내는 행태에 국민들의 마음도 돌아섰다.

어떤 투쟁도 동료의 신뢰와 주주의 지지를 잃고 국민의 공감까지 얻지 못하면 그 명분도 함께 잃는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지금 서 있는 자리가 바로 그 위태로운 지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가치를 인질 삼아 노조의 집단이익을 관철하려는 방식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노조에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더 강한 투쟁구호가 아니라 동료 노조와의 대화, 주주와의 소통, 그리고 국민 앞에 내놓을 수 있는 납득 가능한 명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