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행정·지자체

"현장학습 사고, 의무 다했다면 면책 필요" 교사들 한목소리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7 21:27

수정 2026.05.07 21:27

현장체험학습 교육공동체 간담회
"이름뿐인 면책 아닌 실질 보호를"
과도한 민원서 보호장치 요구도
최교진 "제도 정비·법 개정 추진"

최교진 교육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TP타워에서 열린 '안전한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교육공동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교진 교육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TP타워에서 열린 '안전한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교육공동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정된 학교안전법조차 사후 조치 중심이라 이름만 면책일 뿐 실제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즉각적인 면책 기준과 사전 행위 기준부터 보완해야 합니다. 그게 안 되면 교권 국가소송제부터 도입해 선생님들이 개인 소송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해야 합니다."

교육부가 7일 서울 영등포구 TP타워에서 연 '현장체험학습 교육공동체 간담회'에서는 법적 책임 부담과 과도한 민원 문제를 둘러싼 교사들의 불안감이 거침없이 쏟아졌다.

참석 교사들은 "교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한 현장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에 면책 기준 명확화와 국가소송책임제 도입을 요구했다.

이날 간담회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현장체험학습 위축 문제와 관련해 교육부와 법무부에 교사의 법적 책임과 면책 범위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이후 마련됐다. 현재 교사 면책권을 위한 학교안전법 개정과 국가소송책임제 도입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현장체험학습은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소질과 잠재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연계해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교육활동이다.

그러나 지난 2022년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안전사고 이후 교사 책임 논란이 커지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현장체험학습이 급격히 위축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교사 사회에서는 "현장체험학습을 갔다가 형사 피고인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됐다.

경북에서 온 한 초등교사는 "학교안전법은 아직 실제 1호 사례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라 선생님들은 내가 1호가 되지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안전요원을 아무리 붙여도 돌발상황을 막을 수 없다"며 "이런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가려는 교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영 인천논곡초 교사는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중대한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가 아니라면 법적으로 면책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사들은 재판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고 경제적 부담까지 느낀다"며 "국가배상 책임을 학교 안전이나 교육활동 중 발생하는 사안에 넓게 적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재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권익위원장은 "현장체험학습은 법적 의무가 아니며 수업의 연장이자 교육과정의 일부이며 시행 여부와 방식은 학교의 고유한 편성 자율"이라며 "체험학습을 갈지 말지, 어디로 갈지 결정하는 데 외부의 어떠한 압력도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학교 민원 대응체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석조 초등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현장학습과 관련해 학부모들로부터 '왜 우리 아이 사진은 5장만 찍었냐' '왜 우리 아이 표정이 좋지 않냐' 등 민원이 엄청나게 온다"며 "교육활동의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제도적·법적 장치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교사들이 매일 개별 민원에 답변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학교 현장에서는 교장·교감 등 관리자가 민원을 조율하고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정작 이런 간담회에 관리자들이 보이지 않는 점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방대한 매뉴얼과 행정절차도 현장 부담으로 지목됐다. 한 교사는 "현장체험학습 매뉴얼이 200페이지가 넘는다"며 "안전이나 행정이 강조될수록 정작 교육적인 부분에 대한 판단은 점점 뒤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의 잇단 요구에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최 장관은 "현장체험학습 준비는 가능한 범위에서 교육지원청이 맡아 선생님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드리고 현장의 여러 문제에 대해 안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법을 보완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와 법무부가 법 개정과 관련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5월 중 보고를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