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제주 마을식당에 AI 주방로봇 들어온다… 생활형 디지털 전환 시동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8 10:09

수정 2026.05.08 10:09

토평동마을회·희망나래꿈터 선정
2027년까지 25억원 투입
옥돔구이 반복 조리 공정 실증
발달장애인·커피로봇 협업 추진
내년 4개소 추가 선정해 확산

3세대 커피 로봇이 적용된 무인 매장 플랫폼 비트박스(b;eat box). /사진=뉴시스
3세대 커피 로봇이 적용된 무인 매장 플랫폼 비트박스(b;eat box).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마을식당과 사회복지시설 주방에 인공지능(AI) 기반 로봇이 들어온다.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반복 조리와 음료 제조 공정에 로봇을 적용해 조리 종사자의 부담을 줄이고 지역공동체 공간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실증사업이다.

8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스마트빌리지 보급·확산사업' 공모에 선정된 지역공동체 중심 '스마트 주방로봇' 실증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사업비는 국비 17억5000만원과 도비 7억5000만원을 합쳐 총 25억원이다. 사업 기간은 2027년까지 2년이다.



이번 사업은 마을회관과 사회복지시설처럼 도민 생활과 가까운 공간에 AI와 로봇 기술을 적용하는 데 초점을 둔다. 첨단기술을 산업단지나 연구시설 안에만 두지 않고 식사 준비와 돌봄, 직업재활 같은 일상 현장으로 가져오겠다는 구상이다.

주방은 디지털 전환 수요가 큰 생활공간이다. 조리 현장은 고온과 연기, 기름, 반복 동작이 많아 근골격계 부담과 호흡기 질환 위험이 뒤따른다. 특히 마을식당과 복지시설은 인력 확보가 쉽지 않고 이용자가 일정하게 몰리는 시간대에는 조리 부담이 커진다. 주방로봇은 이런 반복 공정을 나눠 맡아 사람의 노동 강도를 낮추는 장비로 활용될 수 있다.

스마트 주방로봇은 음식을 완전히 대신 만드는 기계라기보다 반복적이고 표준화하기 쉬운 조리 과정을 보조하는 장비에 가깝다. 재료를 올리고, 굽고, 젓고, 일정 시간과 온도를 유지하는 작업은 로봇이 맡을 수 있다. 사람은 식재료 준비와 위생 관리, 배식, 이용자 응대에 더 집중할 수 있다.

AI 기술은 조리 공정의 표준화와 맞춤형 운영에 쓰인다. 같은 메뉴라도 재료 상태와 조리량, 온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로봇과 센서가 조리 시간과 온도를 일정하게 관리하면 음식 품질 편차를 줄일 수 있다. 이용자 수와 메뉴에 맞춰 조리 순서를 조정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 내용은 조리 자동화 기반 스마트 주방 구축, 사용자 맞춤형 로봇 연계 레시피 개발, 도민 참여형 체험·실증 운영이다. 기술 도입 자체보다 지역 현장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조리 모델을 만드는 데 무게를 둔다.

서귀포시 토평동 전경. 토평동마을회 다목적회관에는 옥돔구이 등 반복 조리 공정에 AI 기반 주방로봇을 적용한다. 제주도는 조리 종사자의 부담을 줄이고 마을식당 운영 효율을 높이는 모델을 실증할 계획이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서귀포시 토평동 전경. 토평동마을회 다목적회관에는 옥돔구이 등 반복 조리 공정에 AI 기반 주방로봇을 적용한다. 제주도는 조리 종사자의 부담을 줄이고 마을식당 운영 효율을 높이는 모델을 실증할 계획이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올해 실증 대상은 서귀포시 토평동마을회와 발달장애인 보호작업장 희망나래꿈터 2곳이다.

토평동마을회 다목적회관에는 옥돔구이 등 반복 조리 공정에 로봇을 적용한다. 옥돔구이는 굽는 시간과 온도, 뒤집는 타이밍에 따라 품질 차이가 커질 수 있는 메뉴다. 로봇이 반복 조리 과정을 맡으면 조리자의 노동 부담을 줄이고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모델을 실증할 수 있다.

희망나래꿈터에는 핸드드립 커피 로봇이 도입된다. 발달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로봇이 커피 추출 과정을 보조하고 이용자가 주문 응대와 포장, 매장 운영 등 다른 업무에 참여하는 협업 모델을 구축한다. 장애인 일자리 현장에서 로봇을 사람의 대체 수단이 아니라 작업 보조와 직무 확장의 도구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번 사업이 지역공동체 공간을 우선 대상으로 삼은 점도 눈에 띈다. 마을회관과 복지시설은 주민 식사, 돌봄, 일자리, 커뮤니티 활동이 함께 이뤄지는 생활 기반시설이다. 이 공간에서 기술이 작동하면 도민이 AI와 로봇을 먼 미래 기술이 아니라 생활 속 도구로 경험할 수 있다.

제주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다. 제주 농어촌과 읍면 지역은 고령화가 빠르고 조리·돌봄 인력 확보 부담이 커지고 있다. 주방로봇 실증은 인력난을 기술로 일부 보완하고 취약계층 이용시설의 서비스 질을 높이는 생활밀착형 디지털 전환 과제와 맞닿아 있다.

제주도는 내년에 4개소를 추가 선정해 실증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도민이 주방로봇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실증처와 홍보관도 별도로 조성한다. AI·로봇 기반 생활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실제 확산 가능성을 검증하려는 취지다.


김남진 제주도 혁신산업국장은 "주방이라는 생활 현장에 AI와 로봇 기술을 접목해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례를 만들겠다"며 "지역공동체와 복지시설에서 활용 가능한 디지털 전환 과제를 계속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