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넉넉한 9회말 등판했으나 아웃카운트 제로… 4사구 3개·4실점
열흘간 2군 재정비 무색… 구위 잃은 150km 직구, 타자들 먹잇감으로 전락
'임시 마무리' 쿠싱 6주 계약 만료 임박…뒷문 잃어버린 한화의 고민
[파이낸셜뉴스] 11-8. 스코어보드만 보면 타선이 폭발해 거둔 시원한 승리 같지만, 경기를 끝까지 지켜본 한화 이글스 팬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은 찝찝함, 그 중심에는 2군에서 열흘간의 재정비를 마치고 돌아온 '특급 기대주' 김서현의 충격적인 붕괴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8회까지 장단 19안타를 몰아친 한화는 11-4라는 넉넉한 리드를 잡았다. 김경문 감독은 이 편안하고 부담 없는 9회말을 김서현의 복귀 무대로 선택했다. 지난 4월 극심한 제구 난조를 보이며 2군으로 내려갔던 그가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기에 이보다 완벽한 무대는 없었다.
하지만 마운드에 오른 김서현은 여전히 길을 잃은 상태였다. 선두타자 박정우와 후속 한승연에게 연달아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며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영점이 전혀 잡히지 않자 당황한 김서현은 150km/h에 달하는 빠른 공을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구가 동반되지 않은 강속구는 1군 타자들의 좋은 먹잇감일 뿐이었다. 김태군에게 좌전 안타, 박민에게 중전 적시타를 연달아 두들겨 맞았다.
무사 만루의 벼랑 끝에서 박재현을 상대로 던진 4개의 직구마저 모두 볼이 되며 허무한 밀어내기 볼넷을 헌납했다.
21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스트라이크는 단 10개. 아웃카운트를 단 하나도 잡지 못하고 4실점(3자책) 한 김서현은 결국 고개를 숙인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한때 33세이브를 올리며 대전벌을 열광시켰던 듬직한 수호신의 평균자책점은 이제 12.38까지 치솟았다.
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한화 벤치는 결국 푹 쉬게 해주고 싶었던 잭 쿠싱을 긴급 호출해야만 했다. 쿠싱이 남은 아웃카운트를 힘겹게 정리하며 승리는 지켜냈지만, 한화가 마주한 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문제는 당장 다음 주다.
오웬 화이트의 부상 대체 선수로 합류해 고육지책으로 임시 마무리를 맡고 있는 쿠싱의 '6주 단기 계약'이 곧 만료된다. 화이트의 복귀가 가시화된 시점에서 쿠싱과의 재계약 확률은 높지 않다.
쿠싱이 짐을 싸고 나면 누군가는 9회를 책임져야 하는데, 가장 완벽한 시나리오였던 '1옵션' 김서현의 부활이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선발진의 줄부상으로 불펜 요원(강건우, 정우주, 박준영)들을 선발로 돌려막으면서 한화의 허리는 이미 헐거워질 대로 헐거워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뒷문을 닫아줄 마무리마저 완전히 실종됐다.
열흘이라는 짧은 2군행은 멘탈이 무너진 투수에게 아무런 해답도 주지 못했다는 뼈아픈 현실만 재확인했다. 쿠싱의 시계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김서현은 끝없는 미궁 속에 빠졌다. 이 지독한 딜레마 속에서 한화 벤치의 5월은 잔인하게 흘러가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