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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기업들, 고유가에 '파산 공포'…대출한도 2.5조엔 긴급 확보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08 16:19

수정 2026.05.08 16:19

유가 급등·물류 불안에 현금 비축 나서
중소기업엔 저리 특별융자까지 확대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기업들이 원유 부족과 가격 급등에 따른 '오일쇼크 파산'을 피하기 위해 대출 약정 한도 계약 체결을 통한 현금 확보에 서두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8일 보도했다.

일본은행(BOJ)에 따르면 기업이 일정 범위 내에서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대출 약정 한도 계약 규모는 지난 3월 2조5058억엔(약 23조4838억원) 증가했다. 월간 증가폭이 2조엔을 넘은 것은 코로나19 사태 당시인 2020년 4~5월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기업이 실제로 인출한 금액도 1조1547억엔(약 10조8216억원) 늘었다. 잔액 기준으로는 전년 동월 대비 31% 증가했다.

증가율 역시 2020년 5월(37% 증가)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대출 약정 한도 계약은 기업이 은행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약정 범위 내에서 필요할 때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계약만 체결해두면 운전자금이 부족해질 경우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에도 대출 약정 이용이 급증한 바 있다. 당시 갑작스런 소비 급감으로 매출이 끊기면서 일부 기업이 '코로나 도산'에 내몰렸던 것을 교훈 삼아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이번에는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회전초밥 체인 '스시로'를 운영하는 외식 대기업 F&LC는 지난 3월 26일 미즈호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등과 총 200억엔(약 1874억원) 규모의 대출 약정 한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향후 자금 수요에 안정적이고 기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달 체제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주류 판매점 '난데모 사카야 카쿠야스'를 운영하는 히토마일(구 카쿠야스그룹)도 지난 3월 17일 미즈호은행 등 8개 은행과 50억엔(약 468억5200만원) 규모의 대출 약정 계약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알코올 음료 매입 등 운전자금 확보 목적이다.

스바루는 지난 3월 31일 미즈호은행 등과 1000억엔(약 9371억원) 규모의 대출 약정 한도 계약을 맺었다. 용도는 사업자금이며 "변화가 심한 사업 환경 속에서 자금 조달 수단을 다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닛케이는 "향후 중동 사태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이 현실화되면 (대출 약정 한도 계약)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중동 사태를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정책금융공고 등은 지난달 1일부터 중동 정세 영향으로 매출이 급감한 기업을 저금리로 지원하는 특별융자 대상에 포함했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무사시노은행과 히로시마은행 등이 운전자금·설비자금을 위한 특별융자를 시작했다.

미쓰비시UFJ은행은 전국 지점에 중동 관련 담당자를 배치해 중소·중견 거래기업들의 경영 영향 여부를 파악하고 본점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은행 측은 "급격한 자금난은 아니지만 물류망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나프타 등 원재료 부족은 점차 소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욕실용품업체 토토는 주택용 유닛 배스(조립식 욕실) 주문 접수를 일시 중단했다.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생산 조정에 들어가면 하청업체를 포함한 공급망 전체의 매출 감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닛케이는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