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철 이강 기자 = 올해 1분기(1~3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737억 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반도체 수출 급증에 힘입어 3월 경상수지 흑자는 사상 처음으로 300억달러를 돌파했고, 1분기 흑자 규모만 지난해 연간 흑자의 60%에 육박했다.
특히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 영향으로 수출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경신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다만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와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 변수는 하반기 경상수지 흐름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역대 최대 흑자…"예상 넘었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상수지는 737억 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월별 경상수지 흑자액은 △1월 132억 6000만 달러 △2월 231억 9000만 달러 △3월 373억 3000만 달러 등이다. 2월과 3월 연속으로 최대 흑자액을 경신했고, 특히 3월 흑자폭은 사상 처음으로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1분기 경상수지 흑자 폭은 분기별로 봤을 때 역대 최대 규모다. 기존 최대 흑자 폭인 지난해 4분기(391억 7000만 달러)와 비교해도 무려 88.4% 증가했다. 전년 동기(194억 9000만 달러) 대비로는 278.6% 늘었다.
1분기 상품수출액은 2301억 9000만 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1905억 달러)와 비교하면 20.8% 늘었다.
상품수입도 1565억 8000만 달러로, 2023년 1분기(1623억 4000만 달러) 이후 가장 컸지만, 수출액이 이보다 훨씬 크게 늘어나면서 최대 흑자 폭을 기록했다.
1분기 경상수지 흑자 확대의 주요 배경으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가 꼽힌다.
통관 기준 수출품목을 보면 반도체가 789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7.6% 증가했다. 정보통신기기도 154억 7000만 달러를 기록해 같은 기간 71.1% 늘었다.
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제품 수출액은 132억 9000만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1분기보다 24.1% 늘어났다. 선박도 79억 2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14.2% 증가했다.
김영환 경제통계 1국장은 "통상 1분기에는 전 분기보다 상품수지 흑자가 축소되는 계절성이 있다"며 "그러나 예상을 넘은 수출 호조로 올해는 1분기 상품 수지 흑자 폭이 크게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이란 전쟁,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이 3월에는 크게 없었지만 4월에는 조금 상품 수입 쪽과 수출 쪽에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전체적인 흐름을 흔들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사상 최대' 작년 넘을 듯…2분기부터 신중론도
1분기 경상수지 흑자액(737억 8000만 달러)은 지난해 전체 흑자액(1230억 5000만 달러)의 59.96%에 이른다.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폭이 사상 최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 1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송백훈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반도체 수출량이 증가하는 것도 있고, 가격도 많이 올랐다"며 "우리 수출 대부분을 반도체가 먹여 살리고 있으니 올해 3·4분기까지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은은 지난 2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상반기 863억 달러, 하반기 837억 달러 등 총 170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한 분기 만에 상반기 전망치의 88%를 달성한 만큼, 연간 전망의 상향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길어지는 중동 상황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수출만 놓고 보면, 올해 목표로 한 8000억 달러를 초과 달성하게 될 경우 일본을 앞지를 수도 있겠다"며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도 수출 실적은 성장세를 보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이란 전쟁이 2월 28일부터 발발한 것으로 고려하면 3월 실적이 굉장히 잘 나온 것"이라면서도 "다만, 전쟁으로 인해 추가적인 무역 계약이 위축된 측면이 반영되면, 2분기 이후 수출 실적이 우리 기대치만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국장도 "미국·이란 전쟁 전개 양상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며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연간 경상수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 같은데,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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