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세대 배움동행' 운영
4개 중학교-4개 평생교육시설 매칭
중학생·어르신 1:1 멘토링… 올해 548명 참여
[파이낸셜뉴스] 어버이날인 5월 8일, 서울 동대문구의 동구여자중학교 교실에는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중학생들이 어르신 앞에 앉아 선생님 역할을 맡은 것이다. 카네이션 대신 함께 읽은 그림책 한 권이 세대의 벽을 녹였다.서울특별시교육청은 청소년과 어르신이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2026년 세대 배움동행 교육활동'을 4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한다. 올해는 중학교 4개교와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4개 기관이 참여해 청소년 420명과 어르신 128명을 포함한 총 548명이 함께한다.
■ 역할이 뒤바뀐 교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역할의 역전'이다. 중학생이 멘토가 되어 어르신 멘티에게 영어·수학 기초학력과 스마트폰 사용법 등 디지털 문해 교육을 제공한다. 보통의 교육 관계를 뒤집어 놓은 구조지만, 어르신 역시 일방적인 배움의 수혜자가 아니다. 자서전 함께 쓰기, 환경교육, 영어뮤지컬 합동 공연 등 '맞춤형 크로스 멘토링' 프로그램에서는 어르신이 삶의 경험을 나누며 청소년의 멘토가 되기도 한다.
이날 동구여자중학교에서는 오후 1시 30분부터 90분간 청량정보고등학교 어르신 학생들과 함께하는 책놀이 수업이 진행됐다. 아카시아 파마를 소재로 한 그림책을 읽으며 중학생들은 어르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고, 어르신들은 요즘 청소년의 시각을 접했다. 세대가 다른 두 그룹이 같은 책장을 넘기며 서로의 세계를 조금씩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 청소년은 공감을, 어르신은 자존감을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 사업이 단순한 학습 지원을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공감과 책임감을 익히고, 어르신은 배움을 이어가며 학습 동기와 자존감을 되찾는다는 것이다. 중학생의 봉사활동 및 동아리 활동으로도 인정돼 학교 교육과정과 자연스럽게 연계된다.
기관별 세부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촘촘한 협력 체계가 구축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서울여자중학교와 학력인정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각 30명씩 참여해 4월 25일부터 10월 31일까지 가장 긴 호흡으로 배움을 이어간다. 상계중학교와 학력인정 청암중·고등학교는 각각 24명과 28명이 매칭돼 5월 9일부터 7월 18일까지 활동을 전개하며, 동구여자중학교와 학력인정 청량정보고등학교는 250명의 학생과 40명의 어르신이 참여해 5월 8일부터 6월 26일까지 집중적인 멘토링을 진행한다. 또한 대광중학교와 학력인정 진형중·고등학교는 116명의 학생과 30명의 어르신이 11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교전하며 한 해의 활동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 2023년 시범 이후 4년째
세대 배움동행은 2023년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올해 4년째를 맞았다. 초기의 학습 지원 중심 구조에서 나아가 자서전 발간, 영어뮤지컬 공연, 제과제빵 체험 등 협력형 프로젝트로 내용이 다양해지고 있다. 교육청은 기관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보조 인력·강사·교재비 등 행재정적 지원도 병행한다.
김천홍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은 "세대 간 배움은 단순한 교육활동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학생과 어르신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평생교육 환경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어버이날 꽃을 드리는 하루가 지나도, 이 교실의 인연은 11월까지 이어진다. 중학생 멘토와 어르신 멘티는 한 학기가 넘는 시간을 함께 배우며, 세대를 넘은 관계를 쌓아간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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