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베네치아 비엔날레서 만난 거장의 유작, 바젤리츠 '황금빛 영웅'

연합뉴스

입력 2026.05.08 17:09

수정 2026.05.08 17:09

신작 16점·생전 인터뷰 공개…황금빛 바탕에 자화상·아내 누드 담아 뒤집힌 화면과 액션 페인팅 결합…거장의 마지막 회화 세계

베네치아 비엔날레서 만난 거장의 유작, 바젤리츠 '황금빛 영웅'
신작 16점·생전 인터뷰 공개…황금빛 바탕에 자화상·아내 누드 담아
뒤집힌 화면과 액션 페인팅 결합…거장의 마지막 회화 세계

게오르크 바젤리츠 유작전 '황금빛 영웅' 전시 전경 (출처=연합뉴스)
게오르크 바젤리츠 유작전 '황금빛 영웅' 전시 전경 (출처=연합뉴스)

(베네치아=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베네치아에서 여러분을 직접 만날 수 없게 된 점, 매우 송구합니다. (중략)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게오르크 바젤리츠 생전 인터뷰 영상 중)
지난달 30일 88세로 세상을 떠난 독일 신표현주의의 대표 화가 게오르크 바젤리츠(본명 한스게오르크 케른)의 유작전 '황금빛 영웅'(Eroi d'Oro)이 제61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기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 조르조 마조레 섬에서 열렸다. 작가가 지난해와 올해 그린 '영웅' 연작 16점과 그의 생전 인터뷰 영상을 선보였다.

게오르크 바젤리츠 (출처=연합뉴스)
게오르크 바젤리츠 (출처=연합뉴스)

바젤리츠는 1938년 드레스덴 인근 마을 도이치바젤리츠에서 태어났다.

동서독 분단 시절인 1958년 서베를린으로 망명해 미술 공부를 하며 고향 지명을 넣은 이름을 사용했다.

바젤리츠는 1963년 첫 개인전에서 뒤틀린 신체와 성적 묘사를 담은 '양동이 속 거대한 밤'을 선보이며 큰 논란을 일으켰다. 전후 독일의 붕괴와 불안, 억압을 도발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외설 시비로 당국에 압수됐다.

바젤리츠는 1969년부터 초대형 캔버스에 위아래가 뒤집힌 일명 '역전' 그림을 그리며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그는 그림 속 대상이 갖는 의미를 지우고, 관람객이 오직 색채와 형태, 붓질에만 집중하도록 화면을 뒤집었다. 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큰 규모의 화면이 필요하다고 보고 대형 작업을 고집했다.

게오르크 바젤리츠 유작전 '황금빛 영웅' 전시 전경 (출처=연합뉴스)
게오르크 바젤리츠 유작전 '황금빛 영웅' 전시 전경 (출처=연합뉴스)

이번 유작전에서는 황금빛 바탕 위에 자화상 또는 그의 아내 엘케의 누드를 그리고 뒤집어 걸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바젤리츠는 인터뷰 영상을 통해 "황금빛 바탕 위에 아내와 내 모습을 그려 넣기로 결정하고 내가 구사할 수 있는 가장 정교하고 섬세한 선으로 완성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긴 막대에 물감을 묻혀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즉흥적이면서 과감한 색을 입혔다. 이러한 스타일은 네덜란드 출신으로 일명 '액션 페인팅'의 대표 작가 빌럼 더코닝(1904∼1997)의 화풍을 오마주했다.

바젤리츠는 "보행 보조기에 의지해 바닥에 펼쳐진 캔버스 위 황금빛 배경에 붓질할 때, 문득 서글픈 마음이 들어 더코닝을 떠올렸다"며 "그의 필치를 경외하는 마음을 담아 더코닝 특유의 화법을 여기저기에 덧입혔다. 그게 전부였지만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에 대한 오마주이자 헌사, 고별의 인사를 담아 의도적이고 화려한 색채의 필치들을 더했다"고 덧붙였다.

더코닝은 말년에 알츠하이머병을 앓으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쇠약해졌지만 죽기 직전까지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게오르크 바젤리츠 작 '황금빛 영웅' (출처=연합뉴스)
게오르크 바젤리츠 작 '황금빛 영웅' (출처=연합뉴스)

바젤리츠는 "황금빛 바탕 위에 내가 구현할 수 있는 가장 가늘고 정교한 검은 선을 새겨 넣는 데 집중했다"며 "모든 그림을 바닥에 눕혀 작업한 덕분에 드로잉은 흔들림 없이 견고하며, 과거의 사진들을 참고한 덕에 초상들은 실물과도 꽤 닮았다"고 소개했다.


전시를 기획한 조르조 치니 재단의 루카 마시모 바르베로 디렉터는 "바젤리츠의 60년에 걸친 작업의 응축이자 일종의 '마지막 말'과 같은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게오르크 바젤리츠 작 '황금빛 영웅' (출처=연합뉴스)
게오르크 바젤리츠 작 '황금빛 영웅' (출처=연합뉴스)

laecor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