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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거지' 어떠세요…종로구 '불백당', 거지맵 오른 '착한가격업소' [단내나는 짠테크]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0 08:00

수정 2026.05.10 08:00

'거지맵'과 '착한가격업소'에 모두 오른 서울 종로구 불백당의 고추장불백은 5500원에 판매된다. /사진=서윤경 기자
'거지맵'과 '착한가격업소'에 모두 오른 서울 종로구 불백당의 고추장불백은 5500원에 판매된다. /사진=서윤경 기자

다 올랐습니다. '내 월급' 빼고 모든 게 오른 듯 합니다. 점심 한 끼, 커피 한 잔이 걱정인 독자 여러분을 위해, 돈이 되는 소비의 방법을 공유해 드립니다. [단내나는 짠테크] 그 다섯 번째 이야기는 착한가격업소와 거지맵 지도에 나란히 소개된 식당 '불백당'입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점심시간이면 긴 줄이 늘어선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7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의 작은 식당 '불백당'은 빈자리가 없었다. 매장 밖에도 대기줄이 만들어졌다. 기다리는 손님들 사이에서는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곳",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거지맵 보고 왔다"는 말도 들렸다.

대기 시간이 길어 점심은 포기하고 오후 4시 20분께 다시 식당을 찾았다. 메뉴판을 보는 순간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인기 메뉴인 고추장불백 가격은 5500원이었다. 여기에 맛까지 좋았다.

'거지맵'도, '착한가격업소'도 인정했다
'거지맵'과 '착한가격업소'에 모두 오른 서울 종로구 불백당의 고추장불백은 5500원에 판매된다. /사진=서윤경 기자
'거지맵'과 '착한가격업소'에 모두 오른 서울 종로구 불백당의 고추장불백은 5500원에 판매된다. /사진=서윤경 기자

이 식당의 대표 메뉴는 고추장불백과 갈비양념불백, 오삼불백이다. 고추장불백과 갈비양념불백은 5500원, 오삼불백은 6500원이다. 최근 외식 물가를 고려하면 놀라운 가격이다.

매장도 크지 않았다. 엄밀히 말해 '작았다'. 좌석은 사장과 마주 보는 바 형태로 7개뿐이었다. 사장은 주문을 받자마자 계산을 하고 바로 조리에 들어갔다. 손님과 조리 공간 사이에는 높은 칸막이가 설치돼 있어 내부 조리대는 보이지 않았다. 좁은 공간이지만 큰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메뉴 중 '기본'을 주문하자 사장은 "처음 오셨냐"고 물었다. '처음'이라는 답에 "기본은 밥 양이 적은 편이라 처음 오는 손님들이 많이 시킨다"고 설명했다.

실제 주문한 음식, 고추장불백 기본을 받으니 반 공기 정도의 밥 양이었다. 불고기와 양파, 김이 올라간 덮밥에 국물, 김치가 제공됐다. 식사량이 적은 사람에게는 충분하지만, 양이 많은 사람에게는 다소 부족할 수도 있었다.

서울 종로구 불백당은 '거지맵'(위)과 '착한가격업소'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사진=각 사이트 캡처
서울 종로구 불백당은 '거지맵'(위)과 '착한가격업소'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사진=각 사이트 캡처

양이 적더라도 아쉬울 필요는 없다. 양을 늘린 '특'은 1000원만 더 내면 된다. 500원을 내고 계란후라이를 추가해도 밥의 양이 조금 늘어난다.

저렴한 가격이라고 맛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계란후라이를 추가할 걸 그랬다"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손님이 꾸준히 들어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식당은 온라인 지도 서비스 '거지맵'에 등록돼 있다. 정부의 '착한가격업소'에도 등록돼 있다. 5500원짜리 식사 덕이다.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식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공공요금 인상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가격 유지가 가능할까 궁금했다.

식당 사장은 "주문부터 계산, 조리까지 혼자 다 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적다"며 "가능한 지금 가격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가게를 연 지 7년이 됐는데 거지맵에 오르기 전에도 손님은 많았다"면서도 "요즘 들어 찾아오는 사람이 더 많아진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소비자들이 인증한 '거지맵'
'거지맵'과 '착한가격업소'에 모두 오른 서울 종로구 불백당의 고추장불백은 5500원에 판매된다. /사진=서윤경 기자
'거지맵'과 '착한가격업소'에 모두 오른 서울 종로구 불백당의 고추장불백은 5500원에 판매된다. /사진=서윤경 기자

앞서 말한 대로 최근 이 식당엔 더 많은 손님이 찾는다. '거지맵' 덕이다. 이 맵은 고물가 시대 속 저렴한 식당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지도 서비스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거지방'에서 시작해 지난 3월 공개된 뒤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자 수 130만명을 넘어섰다.

거지맵은 이용자 참여형 방식으로 운영된다. 누구나 가게를 등록·수정할 수 있고 변경 이력도 공개된다. 신고가 누적되거나 가성비 평가가 낮으면 퇴출될 수 있으며 재등록도 가능하다.

대부분 지역의 가격 상한선을 8000원, 일부 지역은 1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건강한 거지가 되자"는 운영 철학 아래 단백질과 섬유질이 포함된 식단도 권장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3월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127.28로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거지맵의 인기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고물가 시대의 생존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거지맵 이용자들은 5000원 안팎의 백반집이나 분식집 정보를 공유하며 "이 가격이면 버틸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서민 음식 가격도 크게 올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서울 지역 칼국수 평균 가격은 1만38원으로 처음으로 1만원대를 넘겼다. 김밥 한 줄 평균 가격도 3800원까지 올라 더 이상 저렴한 음식이라고 보기 어려워졌다.

이은희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제 불확실성이 길어지면서 청년층 사이에 생활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며 "외식처럼 반복적인 지출을 줄이려는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선정한 '착한가격업소'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착한가격업소'는 2011년 제도 도입 후 지정된 업소가 꾸준히 증가했다. /자료=행정안전부, 그래픽=챗GPT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착한가격업소'는 2011년 제도 도입 후 지정된 업소가 꾸준히 증가했다. /자료=행정안전부, 그래픽=챗GPT

거지맵과 함께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착한가격업소'도 주목할 만하다. 저렴한 가격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를 정부가 지정하는 제도로 외식업뿐 아니라 이미용업, 세탁업 등도 대상이다.

2011년 지역 물가 안정과 서민 부담 완화를 목표로 도입된 이후 업소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도입 초기 2497개였던 업소는 지난해 9723개, 지난 5일 기준 1만2310개까지 늘었다. 거지맵에 등록되지 않은 저렴하면서도 맛도 좋은 식당들을 만날 수도 있다.

선정 기준은 까다롭다. 주변 상권 대비 가격 경쟁력은 물론 위생 상태, 청결도, 서비스 품질 등을 종합 평가해 시·군·구에서 최종 선정한다. 지정 이후에도 연 2회 재심사를 거친다.

일단 선정되면 정부와 지자체는 업소당 연간 약 85만원 상당을 지원한다.

행정안전부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착한업소에 대한 지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하고 있다.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도 있다"며 "지역사랑상품권으로 결제할 경우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하거나 물품을 정해서 지원하고 상·하수도 요금 등을 감면해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민간 협업도 진행 중이다.
국내 주요 카드사들은 기간을 정해 착한가격업소에서 이용하면 추가 할인을 해 주고 네이버·카카오·티맵 등 지도 플랫폼은 주변 업소를 쉽게 검색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지맵과 착한가격업소의 인기가 고물가 시대의 흐름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이 교수는 "거지맵은 청년층의 자발적 절약 플랫폼이고 착한가격업소는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이라며 "방식은 다르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