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신혼 초 1억 원대 집 한 채를 장만한 뒤 평생 부동산과 은행 예금만 고집해온 40대 자산가 A 씨. 주식은 '위험한 자산'이라 여겨 한번도 손대지 않던 그였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코스피가 7000선을 돌파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일 급등하자 아내가 "당신만 아직도 예금이냐"며 매일같이 주식 투자를 권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A 씨는 최근 은행 정기예금을 해지해 삼성전자 주식을 억 단위로 매수했다.
국내 증시가 ‘7000피’를 넘어 ‘1만피’ 기대감까지 커지면서 평생 예금과 부동산만 선호하던 자산가들까지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 달 새 예금 5조 빠지고…130조 대기자금 증시로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은 735조8466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달 말(740조5433억 원) 대비 한 달 새 4조6967억 원 감소했다.
반면 증시 대기자금은 다시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6일 기준 130조7433억 원으로, 3월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130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한 이후 이어진 증시 랠리가 최근 더 가팔라진 영향이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한때 5000선을 밑돌았던 코스피는 종전 기대감과 AI 반도체 수요 확대 전망이 겹치며 이달 6일 7000선을 돌파했다.
연일 전대미문의 강세장이 펼쳐지자 금리가 2%대에 불과한 예금 대신 증시로의 '머니무브' 현상이 뚜렷해졌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일 급등하며 “더 늦기 전에 올라타야 한다”는 투자 심리가 자산가층까지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보다 금융”…자산가 포트폴리오 대전환
실제 자산가들의 자산 포트폴리오 변화도 뚜렷하다.
하나금융연구소의 ‘2026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일반 부자의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2021년 63%에서 올해 52%로 줄었다. 반면 금융자산 비중은 같은 기간 35%에서 46%로 확대됐다.
앞으로도 이런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산가 가운데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을 늘리겠다”는 응답은 18%로, 반대 응답(10%)보다 1.8배 많았다.
특히 선호 자산도 달라졌다.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보유자의 ETF 투자 의향은 지난해 29%에서 올해 48%로 뛰었고, 주식 투자 의향 역시 45%까지 높아졌다. 반면 예금 투자 의향은 40%에서 35%로, 채권은 32%에서 24%로 각각 감소했다.
강남 지역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이미 지난해부터 자산가들의 주식 비중 확대가 이어졌지만 최근엔 채권 자금까지 반도체주로 이동하려는 흐름이 강해졌다”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면서 예금·채권 매력이 더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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