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충격 완화가 관건
11일 금융연구원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6년 수정 경제전망 세미나'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2.8%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제시한 기존 전망치 2.1%보다 0.7%p 높은 수준이다.
금융연구원은 지난 1·4분기 실질 GDP가 전기 대비 1.7%,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하는 등 연초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양호했다고 평가했다.
전망치가 가장 큰 폭으로 조정된 부문은 수출이다. 총수출 증가율 전망은 기존 0.8%에서 6.3%로 5.5%p 상향됐다. 기존에는 미국 관세와 글로벌 교역 둔화 영향으로 수출 증가세가 낮아질 것으로 봤지만, 수정 전망에서는 반도체와 정보통신기술(ICT) 수출 호조가 반영됐다.
설비투자 전망도 기존 2.0%에서 4.7%로 2.7%p 상향됐다.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요 불안이 완화되면서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발표에 나선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의 예정된 설비투자 규모가 증가세를 이어가고, 반도체에 대한 견조한 글로벌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며 "정보통신기술(ICT) 품목 전반도 수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봤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1.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2023년 1·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오는 2·4분기에는 중동 전쟁 영향으로 소비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으나 고유가 피해지원금, 석유 최고가격제 등에 힘입어 민간소비가 크게 둔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최근 수출 증가와 주가 상승에 따른 직접적인 소비 진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 실장은 "추경안 재원의 대부분이 법인세, 증권거래세 등 초과세수로 충당된다"며 "국채 발행 부담이 없어 경제성장률을 0.25%p 높이고, 단기간에 소비 진작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유가 충격이 하반기 이후 장기화될 경우 소비와 투자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건설투자 전망은 기존 2.6%에서 1.5%로 1.1%p 낮아졌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이 건설자재 공급 애로와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하방 요인으로 반영됐다.
경상수지 전망도 크게 상향됐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은 기존 1070억달러에서 2750억달러로 1680억달러 확대됐다. 반도체 가격에 연동되는 ICT 수출물가가 급등하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된 영향이다.
물가와 금리 전망도 올라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기존 1.8%에서 2.6%로, 국고채 3년물 연평균 금리 전망은 2.4%에서 3.5%로 각각 상향됐다. 금융연구원은 중동 전쟁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 국내 경기 개선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률은 기존과 같은 62.9%, 실업률은 2.9%로 제시됐다. 취업자 증가폭은 기존 15만명에서 17만명으로 소폭 높아졌다.
금융연구원은 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회복 측면을 함께 고려해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안정에 초점을 둔 통화정책 기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동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며, 최근 경기 회복은 경제 전반이 고르게 회복하는 모습이 아니라 반도체 부문 호조가 주도한 '불균형 성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기계적인 통화정책 대응보다는 충격의 지속성,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자극되는 정도 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물가 상승 압력이 일시적 비용 충격에 그치는지, 국내 경기 회복과 결합해 지속적인 기조물가 압력으로 확산되는지 등을 모니터링해 정책 전환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금융정책은 생산적 금융 기조를 유지하되 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적 금융의 자금 공급 규모에만 집중하기보다 민간 자금으로 성사되기 어려웠던 투자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등을 정량적·정성적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정정책은 첨단 제조업 지원을 지속하되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을 지원해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산업경쟁력 강화, 신재생에너지 전환 가속 및 공급망 강건성 제고를 통해 성장잠재력과 대외충격에 대한 경제의 복원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인공지능(AI) 활용을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는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이를 뒷받침하는 전력·데이터 인프라와 관련 숙련인력 기반을 확충해 산업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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