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코스피 7800선 돌파·반도체 사상 최고가
오를 걸 직감한 채 주말을 보내야 했던 개미들의 '월요병'
[파이낸셜뉴스] 서인수씨(52·가명)는 지난 주말,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5% 넘게 급등했다는 소식에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에 애플과 인텔의 칩 공급 계약 소식까지 겹치면서 "월요일 개장하면 삼성전자랑 SK하이닉스가 크게 오르겠다"는 직감이 왔다.
하지만 고통은 그때부터 찾아왔다. 오를 거라는 예상해도 당장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애프터마켓은 이미 닫혔고, 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이라 빼도 박도 못하고 월요일까지 기다려야했다.
"오를 줄 알았지만 이렇게 계속 오를 줄이야"…제때 못 탄 개미들의 탄식
그리고 11일 오전 8시, 프리마켓(넥스트레이드)이 열리자마자 삼성전자는 7%, SK하이닉스는 8% 넘게 치솟았다. 서씨가 예상한 대로였다. 하지만 급하게 매수를 누르려던 서씨는 잠시 주춤거렸다. "이미 너무 올랐는데 지금 사면 고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프리마켓과 장 초반에 급하게 치솟다가 조금씩 떨어지는 패턴이 반복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서씨는 또 기다려보기로 했다.
두 종목 모두 개장 직후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3.70% 오른 7775.31로 개장하며 장중 7800선을 돌파했고 삼성전자는 28만원, SK하이닉스는 185만원을 넘어서며 나란히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는 "주말 내내 올 줄 알았는데 왜 안 샀지", "금요일 앱장서라도 살걸", "지금 들어가면 고점일까요", "무섭게 올라가는 걸 보니 조정 꼭 오겠죠" 등의 글이 넘쳤다. 대부분 자신처럼 주말 내내 속앓이를 하면서도 선뜻 추가 매수를 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글이었다. 서씨는 조용히 공감 버튼을 누르며 혼자가 아니라는 데 위로를 받았다.
왜 알면서도 못 샀나…'후회 회피'와 '현상 유지 편향'
미국 반도체주 급등이 국내 반도체주 연동 상승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올해만 해도 여러 번 반복됐다. 월요일 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를 거라는 서씨의 직감은 사실 패턴이었다. 그런데도 선뜻 매수 버튼을 누르지 못한 서씨의 심리 기저에는 '후회 회피'와 '현상 유지 편향'이 있다.
'현상 유지 편향'은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한 개념으로, 변화보다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심리적 경향을 의미한다. 인간은 새로운 행동을 취할 때 생길 수 있는 손실을 현재 상태를 유지할 때의 기회비용보다 훨씬 크게 느낀다는 내용이다.
그 뿌리에는 '후회 회피'가 있다. 인간은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때 생길 자책감이 너무 두려운 나머지 아예 결정 자체를 안 해버리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즉, "샀다가 더 떨어지면 얼마나 후회하게 될까"하는 상상 때문에 매수 버튼 앞에서 손이 멈춘다는 뜻이다. 서씨 역시 프리마켓에서 망설인 건 틀린 판단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틀렸을 때 스스로를 탓하게 될 상황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50만전자·300만닉스" 본다는데…더 깊어지는 개미들의 고민
서씨를 비롯한 개미들의 고민이 더 깊어지는 이유가 있다. 반도체 대장주인 두 종목에 대한 증권가의 목표주가가 계속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SK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50만원, SK하이닉스를 300만원으로 상향했다. 지금보다 각각 2배 가까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코스피 상단을 1만포인트로 잡았고, 골드만삭스도 목표치를 9000으로 상향 제시했다.
그런데 다른 목소리도 있다. 이날 키움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90만원으로 올리면서도 투자의견은 '매수'에서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로 하향 조정했다. IBK투자증권도 올 하반기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근 반도체주의 오름폭이 컸던 만큼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껄무새'가 되기 싫은데 오늘도 결국 "살 걸, 팔 걸, 버틸 걸…" 주식도, 부동산도, 재테크도 다들 나 빼고 잘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어려운 투자의 세계, 손뼉 치며 공감할 [개미의 세계]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함께 공유하고 싶은 투자 사연이 있는 개미들의 제보도 기다립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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