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교섭결렬 선언 후 조정절차
18일까지 합의 못하면 파업권 확보
노사 갈등 핵심은 보상체계 이견
노조 "임원-직원간 격차도 극심"
IT업계 전반으로 번질지 촉각
카카오 노사가 성과급 지급 규모와 방식을 두고 충돌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파업 위기에 놓였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사례에서 비롯된 기업의 성과급 지급 문제가 정보기술(IT) 업계 등 산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IT 업계에 따르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노조)는 최근 사측과의 임금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 돌입했다. 오는 18일 조정기일까지 합의에 실패하게 되면 카카오 노조는 정당한 파업권을 얻는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에도 파업 위기까지 치달았지만 당시 노조가 단계적 쟁의행위에 돌입한 이후에 교섭이 재개되면서 전면 파업은 피했다.
이번 노사 갈등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 등 보상체계에 대한 이견이다. 카카오는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이라는 호실적을 거뒀지만 지난 2월에 인사평가 등급별로 연봉의 3~9%에 해당하는 성과급만 지급하고 지급 내역을 상세히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IT 업계 최저 수준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가 다르지만 네이버의 경우 고성과자가 최대 기본급의 50%에 달하는 성과급이 지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임금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성과급이 처음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도 직원들의 불만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노사 갈등의 핵심 쟁점은 표면적인 성과급 비율 자체가 아니라 불투명한 보상 산정기준과 임원진과의 극심한 보상격차라는 것이 노조 측의 설명이다.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카카오 경영진은 지난 역대 최대 실적과 영업이익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성과를 함께 만든 크루들에게는 극히 제한적인 보상만을 배분한 반면에 임원 보수는 지속적으로 확대했다"며 "교섭 결렬의 책임은 성과급이라는 단일 쟁점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계열사를 제외한 카카오 본사만의 영업이익은 4000억원 수준이다. 영업이익의 10% 규모를 성과급 재원으로 써도 인당 1000만원의 성과급을 받는 수준인 만큼, 성과급 지급 규모 산정에 따라 인당 수억원이 오가는 삼성전자의 사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번 노사 갈등은 삼성전자 사례보다는 지난 2021년 SK하이닉스 성과급 논란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SK하이닉스 저연차 직원들도 동종 업계 대비 낮은 성과급에 반발하며 투명한 산정기준 공개를 요구했고, 이는 산업계 전반의 보상체계 개편 요구로 이어진 바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세부적인 보상구조 설계에 있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조정 절차를 밟게 됐다"며 "향후 진행될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노조와의 대화 창구를 항상 열어두고 원만한 합의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의 관심은 이번 카카오 사태가 판교 IT기업 전반의 노사 갈등으로 비화할지 여부다. 판교에 밀집한 주요 IT 기업 노조들은 대부분 민주노총 산하 화섬식품노조 소속으로 묶여 있다. 개별 기업의 보상체계 불만이 IT 업계 전반의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연대투쟁으로 번질 수 있는 구조다. IT 업계에서 성과급을 둘러싸고 노사가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네이버 노조는 본사와 손자회사 간 성과급, 복지 수준 차이가 예년보다 더 벌어졌다며 연 200만~600만원의 특별 인센티브 연봉 산입 등을 요구하고 파업을 예고했다. 넥슨 자회사인 네오플도 지난해 6월 성과급 지급 문제로 게임 업계 최초로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카카오 노조의 반발이 IT 업계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네이버 노사는 집중 교섭을 벌인 지 약 3주 만에 올해 임금 인상률 5.3%에 잠정 합의했다. 또 투명한 분배구조 형성을 위한 정보 공개에 대해 합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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