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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소로 바꾸겠다" 인플루언서 몰리자…농부의 결단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2 05:20

수정 2026.05.12 09:36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영국의 한 농부가 관광객과 인플루언서의 접근을 막기 위해 하이랜드 소를 덜 눈에 띄는 품종과 교배하겠다고 밝혔다. 긴 털과 뿔로 유명한 소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촬영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농장과 동물의 안전 문제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영국 더비셔 바슬로 에지에서 소를 키우는 농부 알렉스 버치(39)의 사연을 전했다. 버치는 하이랜드 소들이 사람들의 사진 촬영과 영상 촬영 대상으로 몰리면서 "소들이 쉴 틈이 없다"고 털어놨다.

"소 껴안으려"…몰려든 사람들

버치가 키우는 하이랜드 소는 긴 털과 큰 뿔 때문에 SNS에서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부 방문객은 소를 껴안으려 하거나, 가까이 다가가 셀카를 찍고, 소 옆에서 요가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버치는 한때 30명가량의 사람들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며 소들을 몰아붙이는 장면도 봤다고 했다. 그는 틱톡 등에 올라온 영상이 또 다른 방문객을 부르는 역할을 한다고 봤지만, 관련 영상 신고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가 내놓은 방법은 품종 교배다. 하이랜드 소를 화이트브레드 쇼트혼 품종과 교배해 털이 덜 풍성하고 뿔도 없는 소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버치는 이 과정이 약 6년 걸릴 것으로 봤다.

"동물도 사람도 위험해질 수 있다"

버치가 우려하는 것은 촬영 불편만이 아니다. 소는 겉보기와 달리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고, 특히 새끼가 있는 경우 사람이나 개가 가까이 다가가면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 방문객이 다치면 농장주에게 책임 문제가 돌아올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피크디스트릭트 국립공원 당국도 소에게 가까이 다가가거나 먹이를 주고, 껴안거나 셀카를 찍는 행동을 피하라고 경고해 왔다.
소가 사람을 들이받거나 밟을 수 있고, 새끼가 있는 무리 주변에서는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버치의 가족은 1970년대부터 하이랜드 소를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결정을 가볍게 내린 것은 아니라면서도, 사람들이 계속 소에게 접근한다면 동물의 외형을 바꾸는 방법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