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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 돌아가시자마자 새어머니 "건물은 내 것, 구두 유언으로 다 받아놨다" [이런 法]

김수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2 12:00

수정 2026.05.12 12:00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평생 어머니와 아버지가 일군 상가 건물을 두고, 재혼한 새어머니가 유언장 한 장 없이 "구두로 유언을 남겼다"며 소유권을 주장한다면 법적 효력이 있을까.

부모가 일군 건물, 몇 년 전 재혼한 새어머니가 소유권 주장

1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새어머니로부터 아버지의 건물을 지키고 싶다는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평생 부동산 임대업을 하신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수십 년 동안 상가 건물 한 채를 일궈 오셨다"고 운을 뗐다.

이어 "8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는 한동안 혼자 지내시다가 몇 년 뒤 재혼하셨고, 얼마 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저희 형제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건물을 관리하고 임차인을 상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필요할 때마다 건물 관리나 계약 업무를 도왔다"고 했다.

A씨는 "아버지가 재혼하신 뒤부터는 새어머니가 격리와 회계 보조를 맡았다고 들었지만 재혼 당시에 새어머니는 별다른 재산이 없었고, 건물 관리도 실질적으로 깊이 관여하지는 않았다"며 "일부 자금을 보탰다고는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았고, 재산세와 유지비도 대부분 아버지가 부담하셨다"고 했다.

간병비도 자식들이 냈는데..."너네 유학비도 유류분 반환 청구 가능"

그는 "아버지가 투병 중이실 때도 새어머니가 직접 간병했다기보다는 간병인을 뒀고, 간병비 역시 대부분 저희 형제가 부담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새어머니는 법적인 배우자라며 상속권을 강하게 주장하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심지어 제가 과거에 지원받은 유학비와, 다른 형제들의 결혼 자금까지 모두 특별수익이라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저희에게 '유류분 반환까지 청구할 수 있다'고 말하더라. 게다가 아버지가 상가 건물을 자신에게 주겠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하는데, 저희는 그런 유언장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어머니는 자신이 아버지 사업에 기여했다고 하면서 기여분까지 요구하고 있는데, 그 상가 건물은 원래 어머니와 아버지가 평생 일궈온 재산이다. 저희 형제들은 이 건물이 새어머니한테 넘어갈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새어머니의 상속권과 기여분 주장은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는지, 또 저희 형제가 건물을 지키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조언을 구했다.

변호사 "법적 배우자면 상속 우위... 건물 갖고 싶으면 새어머니한테 현금 줘야"

해당 사연을 접한 이준헌 변호사는 "법적으로 혼인 신고가 되어 있는 배우자라면 사연자님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상속권을 가지게 된다"며 "심지어 배우자이기 때문에 자녀들보다 50%를 가산해 더 많은 지분을 가져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혼인 기간의 길고 짧음이나 전처 자녀와의 관계는 법적 상속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사연자님과 형제분들은 새어머니의 상속권 자체를 다투시기보다는 새어머니에게 추가 기여분이 인정되지 않도록 준비하시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새어머니가 아버지의 간병에 소홀했다는 것은 상속분이 아닌 기여분을 정할 때에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유학비는 전형적으로 특별수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다른 상속인들에 비해 대학 등록금 이상의 고액의 유학비나 결혼 주택 자금을 받았다면 이는 상속 재산을 미리 받은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며 "유학비가 통상적인 우리나라 대학교 학비 수준에 불과한다거나, 다른 형제들도 이 정도의 지원을 받았다는 것, 지원받은 돈이 아버지의 생전 자산과 소득에 비추어 과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또 이 변호사는 "새어머니가 본인의 친정 자금을 가져왔거나, 본인 명의 대출로 아버지의 사업을 도왔다면 기여분을 인정할 만한 사유로 볼 수 있다"며 "새어머니의 자금이 새어머니에게 다시 상환이 되었는지를 확인해 봐야 하고, 만약 대출이 실행됐다면 대출 원리금을 누가 상환했는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새어머니가 제출하는 증거를 일단 먼저 확인해 보고, 이 증거를 토대로 추가적인 증거 신청을 통해서 새어머니가 주장하는 돈이 실제로 아버지의 사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 게 맞는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 변호사는 "형제분들이 건물의 지분을 가질 수는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차액을 새어머니에게 현금으로 정산해야 한다"며 "상속재산 분할 심판이 청구되면 우선 조정이 열릴 가능성이 높은데, 이 조정에서 건물의 가격 중 새어머니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만큼의 돈을 지급하고, 그 대신 건물을 형제들이 공동 소유할 수 있게 해달라는 조정안을 제안해 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또 "만약 아버지께서 새어머니에게 상가를 준다는 유언을 하셨다면, 그때는 상속재산 분할 심판이 아닌 유류분 반환 청구로 사연자님의 몫을 챙기셔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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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