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안서 한반도 미기록 준맹그로브 첫 발견… 기후변화 생태 신호 뚜렷
갯오동나무 자생 개체 확인
세계유산본부·제주대 공동조사
아열대 목본식물 분포 북상 주목
정착 7년 이상 추정·보전 시급
블루카본 자원 가치도 관심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한반도에서 보고된 적 없는 준맹그로브 목본식물이 제주 해안에서 처음 확인됐다. 기후변화로 난·아열대 식물의 분포가 북상하는 흐름 속에서 제주 연안 생태계 변화가 실제 식물 자생 사례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크다.
12일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와 제주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에 따르면 제주 해안 식물상 조사 과정에서 한반도 미기록속 목본식물인 '갯오동나무'가 확인됐다. 학명은 Myoporum bontioides이며 이름은 가칭이다.
갯오동나무는 현삼과에 속하는 준맹그로브 식물이다. 중국 남동부 해안과 하이난섬, 베트남, 대만 서부, 일본 오키나와·규슈 등 난·아열대 기후대에서 주로 자란다. 준맹그로브는 전형적인 맹그로브 숲을 이루지는 않지만 바닷물과 염분의 영향을 받는 해안 환경에서 견디며 자라는 식물을 뜻한다.
최근에는 제주보다 위도가 높은 일본 대마도 해안에서도 갯오동나무 열매와 어린 개체가 확인됐다. 이번 제주 발견은 분포역이 한반도까지 확장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학술적으로 더 주목되는 대목은 초본이 아닌 목본식물이라는 점이다. 초본은 풀처럼 줄기가 부드러운 식물이고 목본은 나무처럼 단단한 줄기를 가진 식물이다. 목본식물은 자연 확산 속도가 초본보다 느린 편이다. 제주 해안에서 꽃을 피울 정도로 자란 개체가 발견된 만큼 우연한 유입보다 일정 기간 정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식물을 처음 발견한 문명옥 제주대 기초과학연구소 박사는 갯오동나무 열매가 해류를 타고 제주 해안에 도달한 뒤 안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재 종자가 발아해 개화 시기에 이를 정도로 성장한 점을 고려하면 정착한 지 최소 7년 이상 지났다는 판단이다.
문 박사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갯오동나무의 분포역이 자연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열매가 해류를 타고 떠다니다 제주 해안에 안착해 정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자생지 보전 필요성도 제기됐다. 일본 자생지에서는 약 2m 높이의 관목 형태로 자라지만 제주 해안에서는 바닥에서 가지를 많이 치며 자라는 특성이 나타났다. 일부 잎과 가지가 고사하고 있어 개체와 서식지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갯오동나무 발견은 제주가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생태 신호로도 읽힌다. 제주지방기상청의 '2025년 제주도 연 기후특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5년 제주 연평균 기온은 17.3도로 2024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기온 상승이 이어지면 아열대 생물종의 한반도 확산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맹그로브류는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도 주목받는다. 바닷물 영향을 받는 해안 환경에서 자라는 맹그로브류는 탄소 저장 능력이 뛰어난 블루카본 자원으로 꼽힌다. 블루카본은 바다와 갯벌, 염습지, 해안 식생이 흡수해 저장하는 탄소를 말한다. 해안 침식을 줄이고 해양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다만 이번 발견을 곧바로 제주 해안의 맹그로브 숲 형성으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 현재 확인된 것은 특정 자생 개체의 발견이다. 앞으로 개체 수 변화, 종자 번식 여부, 주변 식생과의 관계, 겨울철 생존 가능성 등을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제주 해안 생태계 관리에도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기후변화로 새 생물종이 들어오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분포 변화일 수 있지만 기존 해안 식생과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보호가 필요한 희귀 자원인지, 생태계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종인지, 장기 모니터링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
김형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갯오동나무 발견은 기후변화 최전선에 있는 제주에서 나타나는 생물종의 자연 확산 현상"이라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제주 자연의 변화를 면밀히 살피고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