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수입과일로 만든 술을 '제주 특산주'로 판매… 양조장 대표 검찰 송치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동백꽃·유채꽃 원료 표시로 판매
실제론 미국산 레몬·오렌지 사용
필리핀산 파인애플도 원료 투입
26만여병 유통·매출 8억원 규모
자치경찰 "소비자 신뢰 기만 엄정 수사"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 수사관들이 수입 과일을 사용해 ‘제주 특산주’로 판매한 의혹을 받는 양조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 제공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 수사관들이 수입 과일을 사용해 ‘제주 특산주’로 판매한 의혹을 받는 양조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산 꽃과 보리로 만든 지역특산주처럼 표시된 술이 실제로는 수입 과일을 원료로 제조된 정황이 자치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제주 청정 이미지와 지역명을 앞세운 제품 표시가 소비자 신뢰를 흔든 사건으로 제주 특산품 관리와 원산지 표시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12일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에 따르면 지역특산주 제조·판매업체 대표 A씨(50대)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해당 법인도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송치됐다.

자치경찰단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양조장 영업을 시작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동백나무꽃잎, 유채꽃, 금잔화꽃, 보리 등 제주산 농산물과 정제수를 승인 원재료로 등록했다.

하지만 실제 제조 과정에서는 신고한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치경찰단은 A씨가 미국산 레몬·오렌지와 필리핀산 파인애플을 들여와 술의 베이스로 사용했고 정제수 대신 일반 수돗물을 넣은 것으로 보고 있다.

완성된 술은 색에 따라 제품명이 달라졌다. 수입 과일로 만든 술의 색이 진한지 연한지에 따라 '동백꽃 술', '유채꽃 술' 등으로 이름을 붙이고 제주산 꽃과 정제수가 들어간 것처럼 라벨을 표시했다는 게 자치경찰단의 설명이다.

이런 방식으로 시중에 유통된 술은 375㎖ 기준 26만여병으로 파악됐다. 매출액은 8억원 규모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나 소비자는 제품명과 라벨을 보고 제주산 원료가 들어간 특산주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자치경찰단은 지난 2월 "제주 지역명을 내건 양조장이 실제로는 수입 과일을 쓴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에 착수했다. 이후 긴급 현장 점검에서 위반 정황을 확보하고 원재료 구매 내역, 매출 전자세금계산서, 양조장 관리시스템 입출고 기록 등을 분석해 혐의를 확인했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잘못인 줄 알았지만 사업을 유지하려고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제주 브랜드 신뢰와도 연결된다. 제주산 원료와 청정 이미지는 지역 농산물과 관광상품의 경쟁력을 떠받치는 핵심 자산이다. 지역 이름을 앞세운 제품이 실제 원료와 다르게 표시되면 소비자 피해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제주산 원료를 사용하는 업체까지 신뢰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은 식품의 명칭과 성분 등을 거짓 또는 과장해 표시하거나 광고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인도 양벌규정에 따라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형청도 제주도 자치경찰단 수사과장은 "'제주산'과 '제주 청정 자연'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소비자의 신뢰를 부당이득의 수단으로 삼은 사건"이라며 "제주 지역특산주의 브랜드 가치와 소비자를 동시에 기만한 행위인 만큼 식품 표시 위반 사범을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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