⑪ 마구로
日 최고 역사서에 기록된 '시비'
'죽는 날로 통한다' 뜻으로 읽혀
에도시대 요리집에는'마구로'
오랫동안 기피식품으로 여겨져
18세기 후반 거국적 인식 변화
미식가들 사이 '별미'로 통해
'날것' 회 맛 알아버린 중국인들
참치 몸값 뛰는 건 당연한 수순
내가 '마구로'라는 물고기 한 마리를 통째로 본 때가 국민학교 4학년, 1958년이다. 사모아로 원양어업을 나갔던 제동산업의 지남호가 잡아온 물고기 한 마리가 배달되어 우리집 마당에 자리하고 누웠는데, 머리에서 꼬리 쪽에 있는 동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1970년대 중반 전남 진도의 어촌에 살면서 어부들로부터 '다랭이'라는 이름을 배웠는데, 표준어 '참치'라는 단어는 통조림을 통해서 익숙하게 되었다. 일본에서 어업사의 학문 분야를 개척한 시부사와 케이조(澁澤敬三·1896~1963)가 30년의 각고 끝에 1230종의 물고기에 지방별 방언까지 기록한 '일본어명집람 1·2'를 간행한 시점은 1958년이었다.
'마구로' 종류는 여섯 가지로 소개되었고, 'Darang-o(鮮)'라는 기록도 첨부되었다.
■日고대 역사서엔 '시비'로 표기
다랭이 또는 다랑어. 얼마나 좋았으면, '참치'라고 작명했을까. 진짜를 의미하는 '참'에 물고기를 이르는 어미인 '치'를 붙인 조어다. 참다랭이, 황다랭이, 눈다랭이 등의 방언이 남해안 어부들 사이에서 통용된다. 남해안에서 '가다리'라고도 불리는 가다랭이가 일본어로 '카츠오'다. 방언 연구가 대접을 못 받는 풍토를 개탄하면서, 나는 이 물고기를 '다랭이'라고 부른다. 기원전 9~8세기 다랭이가 주요 수출품이었던 페니키아의 비문에는 'tonnu'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었으니, 영어 단어 'tuna'의 어원이 보인다. 고대 지중해에서 참치의 내장을 염장하여 발효시킨 '가룸(garum)'은 지금도 선호되는 지중해 식단의 액체조미료다. 참다랭이는 로마인들의 구루메였고, 등과 꼬리지느러미가 리얼하게 표현된 로마의 동전은 수집가들의 선호품이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책인 '고사기(古事記)'는 '시비'(志毘=シビ)라고 적고, '아마'(阿麻=海人)가 '시비'를 잡는 장면이 기록되었다. 중국식 본받기를 보여주는 '일본서기'와 '만엽집'에는 '유(유)'라고 적고, '시비'라고 읽었다. 일본에서 만든 한자의 사례이니, 문자가 지배하기 시작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10세기 중반에 발행된 사전인 '화명초'는 황협어(黃頰魚)를 기록하고 '시비'로 읽었다. 1614년경 에도의 인정풍속을 보여주는 '경장견문집'은 고기 어 변의 삽(澁) 자를 써서 '시비'(死日)로 읽는다고 설명했다. 읽는 방식으로 보면, '죽는 날로 통한다'라는 의미이고, '불길한 물고기여서 하층민조차도 먹지 않는다'라고 기록되었다.
17세기에 이미 '요리(料理)'라는 단어가 등장하였음을 증명하는 '에도요리집'(1674년)에도 "마구로는 하질이기 때문에 상등객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라고 했다. '화한삼재회도'(1712년)의 기록도 '시비'라고 읽었다. '마구로'는 등의 색에서 비롯된 '맛쿠로'(眞黑)에 기원한다는 설이 있다.
다랭이의 일본명에 관한 역사적 변천은 '시비'에서 '마구로'인데, 그 변화의 이유가 무엇일까. 기피되었던 다랭이가 선호 식품으로 바뀐 원인은 18세기 후반 전지구적 소빙기의 자연재해에 대한 적응 과정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기피로부터 선호로의 인식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거국적 개명 캠페인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어려운 살림살이를 일사불란하게 지혜롭게 극복했던 식생활의 변천사가 읽힌다.
미식가들이 선호하는 '토로'(지방이 많은 부위의 통칭)는 한 마리에서 5%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아가미의 주변과 뱃살이며, 일등급인 '오오토로'는 입안에 넣으면 씹을 필요가 없다. 육질이 부드러운 살점들이 '나카토로', 말하자면 이등급으로 간주되는 고급 횟감이다. 흰색의 기름진 뱃살로부터 멀어지면서 붉은색의 육질(아카미) 분량은 전체의 40% 정도다. 등쪽의 검붉은색 육질은 헐값에 팔린다. 눈이 엄청 큰 눈다랭이(메바치)의 눈도 별미이고, 아가미의 안쪽에 위치한 하트형의 염통은 씹는 맛이 쫄깃한 나의 구루메다.
■참치 한 마리가 5억엔에 팔리기도
지난 1월 5일 도쿄의 수산시장 경매에서 다랭이의 '새해 첫 물건'(하츠모노·初物)이 기네스북에 올랐다. 243㎏짜리가 5억1000만엔(약 47억원)을 넘긴 낚싯꾼의 파안대소가 새해의 또 다른 선물이었다. 지진으로 늘상 흔들리는 태평양 연안인 아오모리의 오마(大間)항으로 들어온 참다랭이였다. 현재까지 세계기록으로는 540㎏짜리가 캐나다 동남부의 프린스에드워드 섬에서 포획된 적이 있다.
중국어로는 '진창위'(金槍魚)인데, 전통적으로 날것을 먹지 않던 중국인들이 다랭이를 회와 스시로 먹어 치우기 시작했으니, 다랭이 값이 천정부지로 뛸 날도 멀지 않았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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