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호황 '韓 AI 인프라 공급망'
전국민이 반세기 걸쳐 쌓은 결과물"
개인 SNS에 '초과이윤 환원' 강조
與 "검토" 野 "기업이익 배급" 비판
외신, 8천피 목전 증시 악재로 꼽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사진)은 12일 "인공지능(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라며 "그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반도체 등 AI 인프라 기업의 초과이익 일부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가칭 '국민배당금제'를 제안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AI 인프라 기업의 초과이익으로 발생한 초과세수를 국민에게 재분배하는 개념으로 해석된다. 기업 이익의 사회적 공유란 화두가 제시되면서 특히 주식시장도 반응했다.
외신은 이날 코스피지수가 8000선을 앞두고 급락한 배경 중 하나로 '국민배당금제'를 꼽았다.
김 실장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의당 고민해야 할 설계의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실장이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2027년까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다면, 2026년과 2027년의 세수는 역사적 규모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후속 버전인 셈이다.
특히 김 실장은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이)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다"면서 "그렇다면 그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되어야 한다. 이것이 설계의 정당성이자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노르웨이의 사례를 들며 한국의 국민배당금 제도 도입 필요성을 피력했다. 김 실장은 "노르웨이는 1990년대 석유 수익을 국부펀드에 적립하고, 그 운용수익을 재정원칙에 따라 사회 전체에 환원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자원 호황을 일시적 횡재로 소비하지 않고 장기적 사회자산으로 전환한 것"이라며 "한국이 처한 상황은 성격이 다르지만 질문은 같다. 구조적 초과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제도화할 것인가. 그 원칙에 가칭 국민배당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자 한다"고 했다.
AI 인프라 산업에서 발생한 세수를 국민에게 일부 환원하자는 취지다. 김 실장은 "AI 시대의 초과이윤은 속성상 집중된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이미 생산자산에 접근한 계층은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매우 큰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상당수 중간층은 원화 강세에 따른 구매력 개선, 제한적 재정 이전, 일부 자산 상승 정도의 간접효과만 누릴 수 있다"면서 "나라는 부유해져도 그 부의 분포는 자동으로 확산되지 않는다. AI 시대의 핵심 질문은 단순한 성장률이 아니라, 초과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안정화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의 이 같은 제안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향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아직 직접 논의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검토하고 입장 발표가 필요하다면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장이자 한병도 원내대표의 비서실장인 문금주 의원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반도체 호황은 여러 차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 농어민들의 시장개방이라는 희생과 인내가 축적된 결과"라며 "피해를 감내한 농어촌에 일정 부분 이익을 환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야당은 이에 반발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대기업 기득권 노조의 성과급 요구와 파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아예 기업 초과이익을 전 국민에게 사회주의식으로 나눠주자는 '기업이익 배급제'를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장한 것"이라고 했다. 또 "반도체에는 사이클이 있다. 지금은 초호황이지만 언제 꺼질지 알 수 없다. 전 세계가 초격차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그런데 영업이익을 노조에 주고, 전 국민에게 배급하면 기업은 무슨 돈으로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할 수 있나"라고 주장했다.
한편 싱가포르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이날 한 통신사 기사를 인용,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생산 차질 우려를 낳고 있는 노동분쟁 속에서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AI 수익의 일부를 전 국민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주장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상승분을 반납하고 코스피도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김윤호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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