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격 직접 개입 신중히 진행돼야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마비되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주사기부터 캔콜라까지 '사재기 열풍'이 나타나고 있다고 1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19 팬데믹 시절의 '패닉바잉(공황구매)'을 연상하게 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4~5묶음씩 사가는 소비자들이 늘었으며, 호주에서는 연료통이 운전자와 농부를 중심으로 동이 났다.
중국의 경우 콘돔 부족을 우려하는 게시글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됐으며, 인도에선 캔 음료 공급이 제한되면서 다이어트 콜라가 새로운 '부의 상징'이 되고 있다.
기업들 역시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정부가 개입한 사례도 있다.
FT는 "코로나19 초기의 휴지 사재기는 피할 수 있던 공포였지만, 최근의 석유 등 필수품 사재기는 실질적인 (공포)"라고 분석했다. 단순한 공포 심리가 아니라 현실적인 공급 부족 가능성이 사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유류세 인하 등 직접 규제에 나서기보다, 가격 인상 같은 시장 메커니즘으로 소비자들이 수요를 줄이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OECD 선임 경제학자 마우로 피수는 "정부가 단기적으로 소비자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가격을 낮게 유지하면 사태는 더 악화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적절한 가격에 직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신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공급이 충분히 유지될 것이며 필요한 만큼 계속 구할 수 있다'고 시민들을 안심시키는 것이라고 자유시장경제연구소(IEA) 출신 경제학자 줄리언 제솝은 분석했다.
실제로 일부 정부는 이 같은 행보를 실현하고 있다.
호주는 지난주 자국 내 연료 비축 확대를 위해 100억 달러 규모 패키지를 발표했으며, 일본 총리는 석유화학 제품을 사재기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충분한 나프타 제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급 부족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시장 메커니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저소득층의 구매 여력이 줄어드는 등 정부의 직접 개입을 요구하는 정치적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영국 기반의 사회적 목적 조직인 행동통찰팀(BIT) 소속 엘리자베스 코스타는 이 경우 잘 설계된 공공 메시지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호주를 예로 들며 공동체 의식과 도덕성에 호소하면서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호주는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도움이 된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운전자들에게 트렁크를 비우고, 타이어 공기압을 점검하는 등 연료 사용을 줄일 것을 권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 소속 리둥은 팬데믹 기간 개인보호장비(PPE) 사재기 문제를 연구한 결과, 정부가 가격 및 구매 통제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매우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도매가 대비 소매가 비율 상한제'를 통해 가격 폭리 등을 방지하면서도 기업들의 공급 확대 유인을 유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 국가 간 협력을 통해 전략적 비축 물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정부의 주된 역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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