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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 칼럼] 고유가 시대의 친환경 교통정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3 18:09

수정 2026.05.13 18:29

홍지선 국토교통부 제2차관
홍지선 국토교통부 제2차관
기름값이 오를 때마다 국민이 가장 먼저 체감하는 곳은 주유소와 출퇴근길이다. 매일 차로 이동하는 직장인과 자영업자, 하루 종일 도로를 달리는 버스·택시·화물차 운전자들에게 유가 상승은 곧 생활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국제정세가 흔들릴 때마다 반복되는 고유가 상황은 우리 교통체계 전반을 다시 돌아보게 하고 있다.

최근 중동 지역의 긴장으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런 부담이 더 직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교통 분야는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아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3%를 차지한다는 점에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정부가 친환경 교통체계 전환에 속도를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 목표 아래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35년까지 수송부문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최대 62.8%까지 줄이기 위해 교통체계 전반의 변화를 추진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2660만대를 넘어섰다. 내연기관 중심의 구조를 바꿔가는 일은 환경정책인 동시에 대외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기반을 만드는 민생정책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기·수소차 전환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구매 부담을 낮추기 위한 지원을 이어가는 한편 주행거리가 길고 연료 사용량이 많은 버스·화물차 같은 사업용 차량의 전환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친환경차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충전과 연료 공급 인프라 역시 현장 수요에 맞춰 함께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교통체계 역시 승용차 중심에서 대중교통 중심으로 바꿔가고 있다. 철도 투자를 확대하고 광역교통망을 촘촘히 연결해 지역 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DRT) 확대도 같은 흐름이다. 지방 중소도시와 농어촌처럼 기존 대중교통 공급이 부족했던 지역에서도 더욱 안정적인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지능형 교통체계 구축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실시간 교통 흐름을 분석해 신호체계를 최적화하면 불필요한 정체와 공회전을 줄일 수 있다. 도로 위에서 낭비되는 시간과 연료를 줄이는 만큼 국민의 교통비 부담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

물론 변화의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충전 인프라 부족과 차량 가격 부담, 기술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대표적이다. 친환경차 보급 속도에 맞춰 충전시설과 전력망을 갖추는 일도 중요하다. 급격한 산업 변화 속에서 기존 자동차 부품·정비 업계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도 함께 이어져야 한다.

교통은 국민 일상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정책이다. 출퇴근길 부담을 줄이고 더 깨끗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국민은 변화를 체감한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불안정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 친환경 교통정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이동 부담을 줄이고 미래 세대의 환경 부담을 줄이는 일 역시 정부가 책임 있게 풀어가야 할 과제다.
정부는 국민이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교통체계를 차근차근 구축해 나가겠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제2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