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 긴급조정권 요건 충족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3 18:10

수정 2026.05.13 18:10

정부가 중재한 노사협상 결국 결렬
‘국민 경제 현저히 해할 우려’ 해당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협상이 결렬됐다.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시스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협상이 결렬됐다.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시스
정부의 중재로 이틀 동안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삼성전자 노사가 결국 합의문을 작성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서고 말았다. 노조가 오는 21일로 선언한 파업 예정일은 이제 1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노조는 시간이 갈수록 급박해지는 상황을 협상에 이용하려 들 것이다. 이제는 긴급조정권이라는 정부의 카드를 꺼내 들 것을 검토해야 한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다.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정 절차다. 긴급조정권 발동 시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하며, 30일간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과거 2005년 대한항공·아시아나 조종사 파업 등 4차례밖에 없다.

조건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지만 현재 상황과 견주어볼 필요가 있다. 노조는 파업을 실행하면 30조원 넘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겁박하고 있다.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라는 조건에 부합한다고 본다. 금액도 크지만 협력업체 종사자는 물론 나아가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전자의 파업은 거래기업들의 신뢰를 떨어뜨려 시장 지위를 약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 신인도 추락이라는 더 큰 피해를 부를 수 있다. 국민경제와 공익에 미치는 파장이 이보다 클 수도 없다. 30조원 피해는 2005년 대한항공 파업 당시 피해액인 2063억원의 100배 이상이다.

물론 정부로서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까지 대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파업일이 임박해도 타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최후의 카드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삼성전자 노조의 노동권도 다른 노조들의 권리와 동일하게 보장하는 게 마땅하지만 워낙 중대한 사안임을 정부도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와중에 튀어나온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했다. 김 실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I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국민배당금'을 제안했다.

삼성전자의 천문학적 수익에 삼성전자 구성원만 기여한 것이 아니라는 글의 취지는 틀린 것은 아니다. 협력업체 종사자도 있고, 더 넓게는 반도체 산업을 국가 정책적으로 지원한 국가의 기여도 있다. 국가의 기여라는 것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형성된 재원이 바탕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민 전부를 배당 대상자로 삼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업은 이미 이익이 나면 국가에 법인세를 납부함으로써 국가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다. 그런데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익이 난다고 해서 전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발상은 극히 사회주의적이다.
기업의 이익은 발전과 혁신을 위한 투자에 더 쓰이는 것이 맞다.

그런 뜻에서 사원들이 과도한 성과급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정부까지 숟가락을 올리는 것은 시장경제를 무시하는 일종의 포퓰리즘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청와대는 김 실장 개인의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말도 안 되는 사견을 아무렇게나 표출하는 행태가 재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