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각

[강남視角] 망사용료 억지공방 끝내야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3 18:10

수정 2026.05.13 19:24

이구순 IT 대기자
이구순 IT 대기자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전 세계에서 인터넷회선제공사업자(ISP)가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게 네트워크 사용료를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뜬금포를 던졌다. 잊을 만하면 던지는 망 사용료 시비인 데다 관세정책을 앞세워 통상압박을 키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뒤에서 슬그머니 던진 SNS 한마디였으니 우리 정부나 통신회사들은 직접 나서 대놓고 반박하기도 애매한 처지다.

사실 USTR이라고 통신회사들의 통신망이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테다. 이미 미국에서도 수년간 구글, 넷플릭스 같은 CP들이 통신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계약이 진행돼 왔으니 한국의 망 사용료가 글로벌 관행과 다르지 않음을 USTR이라고 모를까 싶다. 한국에서도 넷플릭스가 한국 통신회사와 진행하던 망 사용료 소송전을 협력사업 계약으로 정리하면서 '통신망은 유료 재화'라는 것을 인정한 사례가 엄연히 있으니 이미 망 사용료 문제는 일단락된 사례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USTR이 망 사용료를 트집 잡는 데는 다른 속셈이 있을 수 있다. USTR의 속셈까지야 일일이 알 수도, 알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인공지능(AI) 시대 변화하고 있는 통신망에 대한 전략적 대책을 세워 10년 이상 된, 잊을 만하면 터지는 망 사용료 억지 공방을 끝냈으면 한다.

전 세계 산업이 AI로 급속한 변화를 맞고 있는 지금, 통신망은 단순한 인터넷 회선이 아니라 AI 연결서비스로 진화해 더 이상 망 사용료를 낸다, 못 낸다 다투고 있을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버라이즌은 AI 서비스용 초저지연 네트워크를 구상하고, AI 인프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차이나텔레콤은 AI 연산량을 기반으로 과금모델을 새롭게 만들었다. 중국에서는 통신회사를 AI 인프라 기업으로 바꿔나가고, 유럽연합(EU)도 AI망 안정성을 핵심 AI정책으로 정립하고 있다.

인터넷 시대 콘텐츠를 전달하는 파이프라인에 그치던 통신망은 AI 시대 AI를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필수 인프라로 진화했다. 통신회사의 수익원에 그쳤던 통신망은 AI 시대 전력이나 반도체 같은 국가 AI 네트워크 경제의 핵심으로 위상이 달라졌다. 인터넷 시대 누구나 공짜로 이용해도 되는 공공재처럼 보이던 통신망이 AI 시대에는 망 자체가 산업 경쟁력이고, 국가 전략이 됐다. AI 네트워크 주권이 국가의 AI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제 망 사용료를 둘러싼 소모적 감정싸움을 끝내고, 한국이 AI 시대 국가 전략 네트워크의 주권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을 만들었으면 한다. 반도체를 미래 전략산업으로, 자동차는 제조업 핵심으로 육성하는 것처럼 통신산업을 AI 시대 국가 전략 네트워크 산업으로 인정하고, 전략 네트워크에 대한 정책적 대책을 만들었으면 한다.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통신망, AI 보안, 엣지 컴퓨팅을 함께 묶는 종합적 국가 AI 네트워크 전략이 필요하다.

망 사용료를 받을 것인가, 어느 나라에서 망 사용료를 받는가 같은 과거형 공방을 벗어나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육성과 국가 인프라 사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명시한 법률을 마련, AI 네트워크 주권을 확보할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전략 주도권을 지킬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만들어 협상이 필요할 때마다 SNS 한 줄로 흔들 수 없도록 했으면 한다.

통신회사들도 누구든 세계 최고 품질의 한국 AI 전략 인프라를 사용할 때는 지속가능한 네트워크 유지를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할 수 있는 계약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트래픽이 많으니 사용료를 내라"는 요구에 그치면 안 된다. 통신회사 스스로 AI 시대 연결 플랫폼으로 어떤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지 비전을 제시하고, 국가 전략 인프라에 대한 가치를 높여 네트워크 이용료를 요구할 거래관행을 만들었으면 한다.
세계 최고 IT 인프라를 세계최고 AI 네트워크로 발전시키고, 한국 AI 네트워크 주권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와 통신회사가 함께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