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유가 최소 100달러 아래로 내려와야 최고가격제 종료 검토"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4 11:30

수정 2026.05.14 11:30

14일 산업부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이 중동전쟁 대응본부 일일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14일 산업부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이 중동전쟁 대응본부 일일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정부가 중동전쟁 장기화 속에서도 석유 최고가격제를 당분간 유지하되, 국제유가가 최소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와야 본격적인 종료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유럽 등 주요국 역시 보조금과 가격상한제, 유류세 인하 등을 통해 에너지 물가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14일 산업통상부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중동전쟁 대응본부 일일 브리핑에서 "호르무즈 해협 상황 안정과 국제유가의 예측 가능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최고가격제 종료에 따른 소비자 충격을 완화하려면 유류가격이 100달러 아래, 90달러대 수준까지는 내려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제유가는 정부가 언급한 '100달러 이하 안정 구간'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는 수준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14일 오전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105.72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1.04달러 수준이다.



정부는 최고가격제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제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국제유가와 국내 누적 인상분, 해외 석유제품 가격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종료 시점을 판단하겠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최고가격제가 국내 물가 안정에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회원국 평균 에너지 물가 상승률은 8.1%로 4년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5.2% 상승에 그쳤다. 미국은 12.5%, 프랑스는 7.1% 상승했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정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실장은 "최고가격제에 대해 다양한 평가와 의견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도 "화물차 기사나 전세버스, 택배기사 등 생업 종사자들이 심리적·경제적 안정감과 예측 가능성을 갖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외 주요국들도 고강도 유가 안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은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70엔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정유사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헝가리는 가격상한제를 재도입했다. 체코는 가격상한과 함께 주유소 마진까지 제한하고 있고, 태국과 폴란드, 대만, 프랑스 등도 보조금이나 세금 인하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미국 역시 연방 유류세 일시 중단 법안이 논의 중이다.

양 실장은 "우리나라 최고가격제가 특별하고 예외적이라는 보도가 있지만 수단이 다를 뿐 다른 나라들도 국민 물가 부담과 경기 위축 우려 때문에 다양한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손실보전 역시 원가 기반 원칙 아래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이달 말까지 손실보전 관련 고시를 마련할 계획이며, 현재 정유사들과 세부 기준을 협의 중이다.

양 실장은 "원유 도입가격과 생산비용, 물류비용 등을 포함해 정유사들이 손실을 보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다만 기회이익까지 보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정유사들이 최고가격제로 손실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수출을 했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추가 이익까지 포함된 측면이 있다"며 "국가 재정으로 보전하는 것은 원가 기준 손실"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비축유 스와프도 적극 활용 중이다. 정유업계의 4~5월 스와프 신청 물량은 약 3100만배럴로 전망되며, 이 가운데 1800만배럴은 이미 계약이 체결됐다. 특히 나프타 생산 비중이 높은 컨덴세이트 스와프도 진행됐다.

국내 유류 소비는 고유가 영향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4월 휘발유·경유 소비량은 전년 동월 대비 10% 감소했으며, 5월 1~2주 기준으로도 4% 줄었다.
양 실장은 "4월 소비 감소는 기본적으로 가격 상승 영향이 컸다"며 "다만 5월 들어서는 감소폭이 다소 줄어드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