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하나금융그룹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지분을 인수했다. 국내 시중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을 대규모로 사들인 것은 처음이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OKX와 함께 코인원 지분 인수를 고려하는 등 전통 금융권의 가상자산업 진출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하나은행은 두나무 주식 228만4000주를 1조325억1568만원에 현금취득하기로 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주식을 매입하는 형태이며, 취득 예정일은 다음 달 15일이다.
하나은행은 지분 6.55%를 확보해 두나무의 4대 주주 지위로 올라선다. 두나무는 현재 송치형 두나무 회장(25.51%),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13.10%), 우리기술투자(7.20%) 등이 지분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번 인수로 양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협력 확대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 개발을 골자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올해 2월에는 블록체인 기반 외화 송금 서비스의 기술검증(PoC)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3자 간 업무협약을 통해 두나무가 개발한 레이어2 블록체인 '기와 체인'을 이용한 금융 인프라 구축 추진을 결정하기도 했다.
앞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2023년 신년사에서 "가상자산 등 비금융 부문에 적극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일찍이 미래 환경 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국투자증권도 OKX와 공동으로 각각 코인원 지분 20%씩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코인원의 경영권을 훼손하지 않는 재무적 투자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가상자산과 관련해 여러 방향으로 사업을 검토하고 있지만, 특정 업체 등에 대한 투자나 인수에 대해서는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선 향후 대형 금융권의 가상자산업 투자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지난 2월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은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지분 92.06%를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미래에셋그룹은 코빗과 함께 '가상자산과 전통 금융 시스템의 융합'에 열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금가분리 원칙'이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게 변수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7년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의 결합을 제한하는 '금가분리' 기조를 세운 바 있다. 법상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당국이 유권해석 등으로 효력을 발휘해왔다.
현재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 내에 금가분리 완화 내용이 담겨있지만, 입법 상황은 답보 상태다. 지난 2월 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자문회의를 끝으로 현재까지 한 차례도 관련 논의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법에 담길 예정인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역시 관건이다. 현재 금융당국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20%로 제한하되, 법인이 대주주일 경우 34%까지 허용을 고려하고 있다. 해당 법 조항 통과 시 금융권의 가상자산 거래소 투자가 일부 제한될 수 있다.
한편 이번 인수와 관계없이 두나무는 업비트의 입출금 계좌 제휴를 맺은 케이뱅크와의 관계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yimsh0214@fnnews.com 임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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