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삼전닉스'에 노후 건다…"하이닉스 11억 투자해 은퇴자금 180억"

뉴스1

입력 2026.05.16 06:01

수정 2026.05.16 06:01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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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X 이용자의 계좌 인증글 화면 갈무리
일본인 X 이용자의 계좌 인증글 화면 갈무리


[편집자주]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8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증시 안팎에서는 과열을 우려하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지만, 상승장에서 소외될 수 없다는 ‘포모(FOMO·소외 공포)’ 역시 시장 전반을 뒤덮고 있다. 투자자들은 신용대출까지 끌어다 쓰고, 소비를 줄여가며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은행 예금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증권사로 향하고, 주부와 퇴직자, 사회초년생까지 ‘주식 고수’를 자처한다. 외국인들까지 국내 계좌 개설에 나서며 '팔천피 시대'의 새로운 투자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서울=뉴스1) 손엄지 문창석 박승희 박주평 한유주 기자
작년 11억 원을 SK하이닉스에 투자해 올해 자산이 180억 원까지 불어난 고객도 있다. 당분간은 매도 계획 없이 보유를 추천 중이다.
증권사 PB 이 모 씨(45·남)는 최근 자신의 고객인 은퇴자와 상담한 내용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과거 증권사 퇴직연금은 대부분 채권이나 원금보장 상품에 묶여 있었고, 그나마 적극적인 투자가 타깃 데이트 펀드(TDF) 정도였다"며 "하지만 최근엔 삼성그룹주나 AI 반도체주로 자산 배분이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고 했다.

퇴직을 앞둔 이 모 씨(60세·여)는 "퇴직연금은 2022년부터 DC형으로 전환해 운용하기 시작했고, 개인연금(IRP)은 2023년부터 가입해 운용 중"이라며 "최근에는 안전자산 30% 비중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 채권혼합' 상품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시장이 1만 포인트까지 갈 수 있다고 믿고 계속 투자할 생각"이라며 "단기적인 흐름에 일희일비하며 사고팔기보다는 확신을 갖고 산 종목을 믿고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스피가 8000p(포인트)를 찍을 정도로 단기 급등장이 이어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여유 자금은 물론 '최후의 보루'인 퇴직금마저 주식에 올인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의 최우선 투자대상은 '삼전닉스'(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다. 메모리 반도체가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다. 문제는 우량종목이라고 해도 주식은 기본적인 성격이 고위험 투자라는 점이다.

은퇴자들은 이제 노후 자금을 연 2~3% 수준의 원리금 보장 상품에 묵혀둘 순 없다는 분위기다. 주식 수익률로 인플레이션을 앞질러야 한다는 절박함에 노후를 담보로 고수익 투자에 나서고 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5곳(미래·한투·NH·삼성·KB)의 1분기 퇴직연금 적립금(DB·DC·IRP)은 107조 95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7.3% 늘었다. 바야흐로 퇴직연금 100조 원 시대다.

주목할 점은 자금 성격의 변화다. 회사가 운용을 책임지는 원리금 보장 위주의 DB(확정급여)형은 1년 새 0.4% 증가에 그쳤지만,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DC(확정기여)형은 56%나 급증했다. 퇴직연금 시장은 '안정'에서 '공격적 운용'으로 완전히 넘어간 분위기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에 투자하면 '바보' 취급을 받던 때가 있었다. 10만전자를 기다리는 투자자를 비하하는 밈(Meme)이 유행했고, 퇴직연금 자금은 미국 주가지수에만 쏠렸다.

올해 상황은 반전했다. 삼전닉스를 담은 다양한 상장지수펀드(ETF)가 쏟아져나오고, 자금도 쏠리고 있다. 특히 삼전닉스 채권혼합형이나 커버드콜 상품은 퇴직연금 규정상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위험자산 투자 한도(70%) 제한 없이 연금 자산의 100%까지도 채울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최대한으로 담아 연금용 ETF를 만드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걸로 알지만, 이런 상품을 내놓지 않으면 뒤처지게 되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제 삼전닉스는 '장기투자용'으로 분류되는 분위기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SK하이닉스 투자로 약 96억 원의 수익을 인증해 화제가 된 일본인 투자자도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측면에서 보면 아직 더 올라갈 여력은 남아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AI 엔지니어 오 모 씨(31세·남)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5000만 원을 투자해 각각 100%, 300%대 수익률을 기록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장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나 메모리 같은 인프라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관련 산업이 계속 성장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단기 변동성보다는 장기적인 산업 성장 가능성을 더 믿고 계속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