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은행원도 예금 깨서 주식한다"…청년 코인·노인 쌈짓돈까지 증시로

뉴스1

입력 2026.05.17 06:00

수정 2026.05.17 06:00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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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8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증시 안팎에서는 과열을 우려하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지만, 상승장에서 소외될 수 없다는 ‘포모(FOMO·소외 공포)’ 역시 시장 전반을 뒤덮고 있다. 투자자들은 신용대출까지 끌어다 쓰고, 소비를 줄여가며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은행 예금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증권사로 향하고, 주부와 퇴직자, 사회초년생까지 ‘주식 고수’를 자처한다. 외국인들까지 국내 계좌 개설에 나서며 '팔천피 시대'의 새로운 투자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서울=뉴스1) 박승희 문창석 손엄지 박주평 한유주 기자
직장인 최 모 씨(37)는 지난 12일 반차까지 내고 은행 창구를 찾았다.

손에 쥔 건 마지막 남은 예금 통장이었다. 얼마 전 만기가 돌아온 정기예금 6000만 원 가운데 2000만 원만 주식 투자용으로 빼고 나머지 4000만 원은 재예치했던 최 씨.

증시 급등에 '포모'(FOMO·소외 공포)를 느낀 그는 닷새 만에 다시 은행을 찾아 만기 전 예금 전액을 인출했다.


이달 들어 코스피가 고공행진 하면서 증시가 개인 투자자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은행 예금부터 코인 투자금, 쌈짓돈까지 증시로 흘러 들어가는 모습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2일 137조 4174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시에서 역대급 개인 매수세가 이어지는 중에도 13일 137조 원대, 14일 133조 원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말 124조 원대에서 불과 2주 만에 10조 원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말 87조 원대와 비교하면 반년도 채 되지 않아 1.5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예탁금과 함께 투자 대기성 자금 지표로 꼽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계좌 수도 이달 들어서만 16만 2570개 늘었다. 최근 6개월 동안 한 번 이상 거래가 이뤄진 주식활성계좌 수도 약 2주 만에 97만 5324개 증가했다.

증시 주변 자금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대폭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은 최근 7거래일간 연일 코스피 주식을 순매수했다. 개인 자금만 30조 4712억 원(한국거래소 기준)이 유입됐다.

주식 수익률 기대에 은행 고객들은 증시로 향하는 중이다. 직장인 최 씨는 "해지 사유를 묻는 은행원에게 주식 투자 때문이라고 답했더니 '요즘 그런 분들이 많다'며 별말 없이 예금을 빼줬다"며 "SK하이닉스가 280만원까지 간다는데, 예금에 돈을 묵혀둘 이유가 없다. 전부 주식에 넣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도 예금 이탈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직원 이 모 씨(38·여)는 "이탈 방어를 위해 예금 금리 특판을 내고 펀드·신탁·방카슈랑스(은행 창구 보험 판매) 상품을 안내하고 있지만, 직접 투자 수요가 더 크니 어쩔 수 없다"며 "솔직히 말하면 은행원인 우리도 (예금 대신) 주식을 한다"고 전했다.

지난 금요일 코스피가 7% 넘게 급락한 날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이어졌다. 67세 박 모 씨는 어버이날 자녀에게 받은 용돈까지 주식에 넣었다.
그는 "계속 올라 못 샀는데 오히려 싸게 살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조금이라도 불려서 손주 용돈에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과거 가상자산 시장에서 나타났던 과열 분위기가 주식시장으로 옮겨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직원 손 모 씨(37)는 "주식으로 큰돈을 벌어 전업 투자하겠다며 회사를 나가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며 "예전에는 코인 시장에서 나오던 분위기가 이제는 주식시장으로 옮겨온 느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