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물가 잡는다"는 워시…유가는 다시 100달러 공포
이란 전쟁발 인플레 재점화, 파월 이사 잔류 변수까지
[파이낸셜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이 케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인준안을 통과시키면서 새 연준이 이번 주 공식 출범한다. 그러나 시장은 인공지능(AI)이 물가를 구조적으로 낮출 것이라는 워시의 낙관론보다 이란 전쟁발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재확산 가능성에 더 주목하며 금리 인하보다 인상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는 분위기다. 인준안은 54 대 45의 근소한 표차로 가결됐는데, 이는 현대 연준 역사에서도 드문 수준이다. 향후 금리 결정 과정에서 정치권과 연준 내부 갈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시의 통화정책 철학은 AI 낙관론을 핵심으로 삼는다.
월가에서는 이 같은 시각이 오히려 장기 고금리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투자 붐이 성장 기대를 높이면서 중립금리 자체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논리다.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 데이터센터·반도체·전력 인프라에 수백억달러 규모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JP모간 자산운용은 AI 개발을 위한 선행 투자가 생산성 효과보다 먼저 수요 충격으로 경제에 작용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AI는 디플레이션보다 인플레이션 압력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8% 올라 예상치를 웃돌았고,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연간 6.0% 상승했다. 미국 금리를 예측할 때 자주 활용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기준 6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97~98%인 반면, 연내 금리 인상 베팅은 3분의 1을 넘어섰다.
워시는 인준 청문회에서 "통화정책 독립성은 필수 요건"이라며 "백악관 지시에 따른 금리 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 변수가 만만치 않다. 제롬 파월 전 의장은 이사로 잔류해 2028년까지 투표권을 행사한다. 4월 금리 동결 표결이 8 대 4로 갈라진 만큼 위원회 내 균열이 워시 체제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 워시의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주재는 6월 16~17일이다.
워시는 역대 의장 가운데 최고 자산가이기도 하다. 4월 공개된 재산 신고에 따르면 본인 명의 자산은 1억3500만~2억2600만달러(약 2025억~3390억원)이며 부부 공동 보유 자산은 약 1억9200만달러로 기재됐다. 아내 제인 로더는 에스티로더 창업자의 손녀이다.
워시는 16일 보유 중인 쿠팡 주식 10만2363주(약 168만1998달러)를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연준 수장이 개별 기업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는 윤리 규정에 따른 조치다. 전체 보유 물량 45만9000주의 22.3% 수준으로 분할 매각 방식을 택한 만큼 추가 처분 신고가 이어질 전망이다. 쿠팡은 "연준 의장 취임에 따른 사임이며 회사 운영·정책과 관련한 이견 때문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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