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화 검증 무대로 한국 시장 주목
빠른 확산·높은 수용성·모바일 강점
AI 성장세 가팔라 증가 속도 '세계 1위'
'SNS 생태계 주도' 메타AI까지 韓 진출
빅테크, 점유율보다 수익모델 검증 집중
승부처는 B2B…업무 OS로 경쟁 확대
코딩·문서·리서치 등 기업용 수요 급증
플랫폼 넘어 업무 운영체제 선점 경쟁
토종AI, 플랫폼전반 AI중심 재편 가속
산업 현장 침투력 높여 빅테크에 맞불
"실사용 성과 입증한 AI만 살아남을 것"
한국이 글로벌 생성형 AI 기업들의 필수 공략지로 떠올랐다. 메타가 최근 국내 시장에 '메타AI'를 공식 출시하면서, 오픈AI·앤스로픽·구글까지 글로벌 AI 빅테크들이 모두 한국 시장에 집결했다. 한국은 최근 글로벌 생성형AI 시장에서 서비스 수요가 가장 빠르게 팽창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7일 마이크로소프트의 싱크탱크인 AI 이코노미 인스티튜트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글로벌 AI 확산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생성형AI 사용률은 37.1%로 집계됐다. UAE(70.1%)나 싱가포르(63.4%), 노르웨이(48.6%) 등과 비교하면 낮지만 증가 속도는 가장 가파르다.
주목할 점은 보고서가 한국을 아시아 AI 확산 흐름의 대표 사례로 지목한 것이다. 실제로 2025년 6월 이후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15개 경제권 가운데 12개가 아시아 국가였고, 한국(+43%)·태국(+36%)·일본(+34%) 등이 확산세를 주도했다. 보고서는 이 배경으로 디지털 인프라 투자, 높은 소비자 수용성, 현지 언어 기반 모델 성능 개선 등을 꼽았다.
업계에서는 한국을 단순 소비 시장이 아닌 'AI 실전 테스트베드'로 평가한다. 모바일 기반 서비스 소비가 활발하고 콘텐츠 생산·유통 주기가 빠른 데다, 개발자와 얼리어답터 비중도 높기 때문이다. 과거 검색 포털과 메신저 플랫폼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던 한국 시장이 생성형AI 시대 다시 글로벌 플랫폼 격전지로 떠오른 이유다. 엔비디아, 구글 딥마인드, 앤스로픽 등 글로벌 AI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국내 기업들과 파트너십 확대에 나서는 배경 역시 단순 점유율 경쟁보다 실제 사업화 가능성을 검증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챗GPT 독주 속 클로드 급부상
국내 생성형AI 시장 판도는 빠르게 요동치고 있다. 챗GPT가 압도적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클로드의 급부상, 메타AI까지 한국 시장에 상륙하면서 AI 경쟁이 본격적인 다자 구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와이즈앱·리테일 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챗GPT 국내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293만명으로 AI 챗봇 가운데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이용시간 역시 월 5047만시간으로 경쟁자들을 크게 앞섰다.
다만 최근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서비스는 클로드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클로드의 지난 4월 신규 설치 건수는 50만6684건으로 처음으로 50만건을 넘어섰다. 지난 1월 4만2701건과 비교하면 불과 3개월 만에 12배 가까이 증가했다. 신규 설치 점유율 역시 17.7%로 챗GPT(32.2%)에 이어 2위까지 올라섰다.
실제 이용자 기반 확대 속도도 빠르다. 클로드의 4월 MAU는 101만2307명으로 한 달 전(60만2276명)보다 40만명 이상 증가했다. 순위 역시 5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이는 실제 사용층이 빠르게 확대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업계에서 특히 주목하는 클로드의 성장 배경으로 개발자와 전문직 중심 수요 확대를 꼽는다. 긴 문맥 처리와 코딩·문서 작업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확산되면서 업무형 AI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론 머스크의 AI 서비스 그록은 성장세가 둔화하는 흐름이다. 앱 분석업체 앱매직에 따르면 그록 글로벌 다운로드 수는 지난 1월 2000만건 이상으로 정점을 찍은 뒤 4월 약 830만건 수준으로 감소했다. 4개월 만에 약 59% 줄어든 셈이다. 국내에서도 월간 이용자 수 기준 중위권에는 포함되나 최근 성장세는 경쟁자 대비 둔화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메타AI의 국내 상륙은 새로운 변수로 꼽힌다. 메타는 최근 한국 시장에 메타AI 앱과 웹 서비스를 공식 출시했다. 지난해 4월 글로벌 시장 공개 이후 약 1년 만이다. 메타AI의 강점은 기존 플랫폼 생태계다. 메타는 향후 인스타그램·페이스북·메신저·AI 글래스 등 자사 서비스 전반으로 AI 기능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기존 SNS 플랫폼 안으로 AI를 녹여내는 전략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진짜 승부처는 B2B
다만 업계는 생성형AI 시장의 진짜 승부처가 소비자용 시장(B2C)이 아니라 기업용 시장(B2B)에 있다고 본다. 실제 수익이 발생하는 영역 역시 기업 시장이다. 소비자 대상 범용 AI 서비스는 이용자 확대와 대중화에는 성공했지만, 높은 인프라 비용 대비 뚜렷한 수익 모델을 확보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단순 챗봇 경쟁을 넘어 AI를 실제 업무 흐름 안으로 얼마나 깊게 침투시키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국내 생성형AI 시장 변화가 단순 이용자 수 경쟁을 넘어 '사용 목적'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초기에는 번역·검색·호기심 기반 체험 수요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코딩·문서 작성·리서치·회의 정리 등 실제 업무 중심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발자와 스타트업, 전문직 종사자를 중심으로 "어떤 AI가 실제 업무에 더 안정적으로 쓰이느냐"를 기준으로 서비스 선택이 갈리기 시작하면서, 국내 시장 경쟁 구도 역시 단순 대중성보다 생산성과 업무 효율 중심에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실제로 업무에 생성형AI를 활용하는 이들의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PMI 조사에 따르면 생성형AI 이용자 가운데 44.4%는 업무에 AI를 "자주 또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답했다. AI 활용 경험자의 71.5%는 "업무 효율 향상에 도움이 된다", "AI 서비스 사용이 중단되면 업무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응답도 45.2%에 달했다. 활용 목적 역시 정보 수집·요약(47.6%), 문서·콘텐츠 생성(19.8%), 데이터 처리·분석(14.4%) 순으로 나타났다. 생성형AI가 단순 검색 도구를 넘어 실제 생산성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글로벌 AI 기업들은 최근 코딩·문서·리서치·에이전트 기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사용자가 질문만 던지는 단계를 넘어, AI가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실행형 AI' 경쟁으로 시장이 이동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생성형AI 시장이 결국 '업무 운영체제(OS)' 경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토종 AI의 전략은
그렇다면 거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빅테크 AI에 맞설 국내 AI 기업들의 전략은 어떨까. 겉으로는 검색·메신저·쇼핑 등 각각의 서비스 경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AI를 기존 플랫폼과 소비자 생태계 안으로 얼마나 깊게 침투시키느냐에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다.
네이버는 자체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AI 브리핑·AI 검색·쇼핑 추천 기능을 확대하며 검색·커머스·콘텐츠 생태계 전반에 생성형 AI 적용을 늘리고 있다. 단순 챗봇 경쟁보다 기존 포털 플랫폼 자체를 AI 중심 구조로 전환하려는 전략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톡에 챗GPT 기반 AI 기능을 적용하며 AI 메이트·대화형 추천·검색 기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메신저 기반 초대형 이용자 플랫폼에 오픈AI 기술을 결합해 AI 허브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단순 이용자 확보를 넘어 콘텐츠·커머스·광고 생태계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이다. 업스테이지는 최근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AXZ를 인수하며 자사 AI 모델 '솔라'와 검색·콘텐츠 데이터를 결합한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통신사들도 AI 플랫폼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에이닷을 중심으로 개인형 AI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고, KT와 LG유플러스 역시 AI 상담·업무 지원 등 기업형 AI 서비스 강화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기존 통신 플랫폼과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일상 서비스와 업무 환경 전반에 연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는 '한국어 잘하는 AI'라는 언어적 우위를 넘어, 규제·데이터·업무 흐름 안으로 얼마나 깊게 파고드느냐는 전략으로 수렴한다. 글로벌 빅테크가 즉각 대응하기 어려운 산업 특화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 빅테크 AI의 한국어 성능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언어 장벽이라는 기존 우위가 약해지고 있어서다. 글로벌 빅테크가 B2B 시장까지 본격 공략에 나설 경우 토종 AI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한국 시장을 단순 소비 시장이 아니라 실제 AI 서비스 확산과 사업화 성과를 검증하는 핵심 시장으로 보기 시작했다"며 "예전처럼 독립형 챗봇 하나로 승부하는 단계가 아니라 검색·메신저·콘텐츠·커머스 등 기존 플랫폼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경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 현장 깊숙이 들어간 AI가 결국 살아남는 구조"라며 "언어나 문화 특화만으로는 버티기 어렵고, 실제 사용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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