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만 보면 뜨거운 상승장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같은 랠리를 경험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지수는 웃고 있지만 종목별로는 웃는 쪽과 우는 쪽이 갈리는 'K자형 랠리'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이달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52조8077억원으로 지난달 29조5507억원 대비 78.7% 증가했다. 반면 일평균 거래량은 지난달 94만7183주에서 이달 82만664주로 13.4% 감소했다.
실제 거래대금은 반도체 대표주와 관련 대형주에 집중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우, SK스퀘어의 코스피 거래대금 비중은 지난달 34.6%에서 이달 46.8%로 확대됐다.
종목별 체감온도는 더 차갑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전체 시장에서 이달 상승종목 수는 506개에 그친 반면 하락종목 수는 2165개에 달했다. 지수는 올랐지만 다수 종목은 오히려 뒷걸음친 것이다.
물론 이번 쏠림을 단순 과열로만 보기는 어렵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전망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한 실적 근거를 가진 주도주가 지수를 이끄는 장세는 과거 유동성만으로 밀어올린 랠리와는 성격이 다르다.
문제는 주도주 말고는 따라오는 종목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로 한 단일종목 2배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까지 예정돼 있다. 상품 다양화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이미 일부 대형주에 거래와 수급이 집중된 상황에서는 쏠림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 증시에서 반도체는 강점이자 약점이다. 글로벌 AI 사이클의 핵심 수혜주를 보유했다는 점은 분명한 경쟁력이다. 하지만 코스피 랠리가 지속 가능한 상승장으로 평가받으려면 반도체 독주만으로는 부족하다. 주도주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것을 넘어 주변 업종으로 온기가 번지고, 상승 종목의 저변이 넓어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수 숫자에 취하는 일이 아니다. 특정 업종의 압도적인 성장이 시장 전체의 성장을 가리는 구조가 고착된다면 랠리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안정적인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강한 주도주와 함께 시장 전반의 체력도 함께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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