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홀 차 열세를 뒤집다!"… 방신실, 연장 혈투 끝 기적의 매치 퀸 등극
스트로크·변형·매치 싹쓸이… KLPGA 역대 단 2명뿐인 '그랜드슬램' 대기록
"우승 상금 2.5억 잭팟"… 약점 지운 방신실, 커리어 하이 정조준
[파이낸셜뉴스] "거의 마음을 내려놓고 하늘에 결과를 맡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골프공은 둥글고, 매치플레이의 묘미는 바로 이런 '각본 없는 드라마'에 있었다. KLPGA 최고의 '흥행 카드' 방신실이 절망의 문턱에서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며 두산 매치플레이의 주인공이 되었다.
17일 강원도 춘천시 라데나 골프클럽(파72). 제18회 두산 매치플레이 결승전은 그야말로 숨 막히는 혈투였다.
초반 기선은 방신실이 잡았으나, 중반 이후 샷이 흔들리며 급격히 무너졌다. 11번 홀(파4) 티샷 실수로 파를 지키지 못했고, 12번 홀(파5)에선 두 번째 샷이 페널티 구역에 빠지는 치명적인 실수까지 범했다. 급기야 14번 홀(파4)에서는 최은우가 두 번째 샷을 홀컵에 완벽히 붙이며 컨시드 버디를 낚아챘다.
격차는 무려 3홀 차. 남은 홀은 단 4개. 누구라도 최은우의 완승을 예상할 수밖에 없는, 패색이 짙은 순간이었다.
그러나 방신실의 진짜 무기는 비거리가 아닌 '위닝 멘탈리티'였다. 15번 홀(파4)에서 약 7.5m의 까다로운 롱 버디 퍼트를 기적같이 떨어뜨리며 굳게 닫혀있던 추격의 문을 열어젖혔다.
이 한 방은 경기 흐름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다 잡았던 승리에 심리적 압박을 느낀 것은 오히려 앞서가던 최은우였다. 17번 홀(파4)에서 최은우의 뼈아픈 3퍼트 보기가 나오며 격차는 단 1홀 차로 좁혀졌다.
운명의 18번 홀(파5). 방신실이 2m 남짓한 버디를 놓치며 경기가 그대로 끝나는 듯했지만,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었던 최은우의 짧은 파 퍼트마저 홀컵을 야속하게 외면했다. 승부는 결국 연장전으로 끌려갔다.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방신실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18번 홀에서 이어진 연장 첫 번째 승부. 방신실은 3번째 샷을 그린 가장자리에 안전하게 올리며 무난히 파를 세이브한 반면, 멘탈이 크게 흔들린 최은우는 프린지에서 시도한 4번째 샷 이후 남은 파 퍼트를 결국 놓치며 다 잡았던 우승컵을 내어주고 말았다.
이번 우승은 단순한 1승 그 이상의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통산 6승째를 수확한 방신실은 이번 대회 우승 상금 2억 5천만 원의 잭팟을 터뜨리며 상금 순위 단숨에 3위(3억 6천311만 원)로 껑충 뛰어올랐다.
무엇보다 골프 팬들을 경악하게 만든 것은 그의 '전천후' 우승 기록이다. 2023년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 대회와 일반 스트로크 대회를 휩쓸었던 방신실은 이번 매치플레이 우승으로 KLPGA 투어 역대 단 두 번째(이정민에 이어)로 모든 방식의 대회를 제패한 선수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방신실은 "매치플레이 방식엔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극복한 점이 너무나 기쁘다. 모든 경기 방식에서 우승하게 되어 영광스럽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이어 "시즌 초반 경기가 안 풀려 위축되기도 했지만 이번 우승으로 완벽히 자신감을 회복했다. 메이저 대회 우승과 함께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