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G 美 텍사스주 데이터센터 전력용 엔진 33기 대상
[파이낸셜뉴스] HD현대마린솔루션이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용 엔진'의 유지·보수 시장을 정조준했다. 조선업 호황의 수혜가 선박 건조에만 머무르지 않고, AI(인공지능) 시대 핵심 인프라인 '전력·운영(가동률)'으로 번지는 흐름 속에서다. 엔진을 팔아 끝내는 게 아니라, 엔진이 돌아가는 전 기간을 관리해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애프터마켓(AM)·장기계약' 모델을 북미에서 가동시키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 해양산업 분야 종합 솔루션 기업인 HD현대마린솔루션은 최근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 기업 AEG(Aperion Energy Group)와 '데이터센터 전력용 엔진 유지·보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북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협약은 AEG가 미국 텍사스주에 건립 중인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전력용 엔진 33기에 대한 장기 유지·보수 및 운영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 MOU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먼저 팔린 엔진'이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앞서 AEG와 20MW급 힘센(HiMSEN) 엔진 기반, 총 684MW 규모의 데이터센터 전력용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에 첫 진출했다. 계약금액은 6271억원으로, HD현대중공업의 발전용 엔진 계약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즉 '공급(제조)'이 먼저 길을 냈고, '유지·보수(서비스)'가 뒤따라 수익 사슬을 완성하는 구조다.
데이터센터에서 유지·보수는 비용이 아니라 '보험'에 가깝다.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무중단 운전이 전제다. 전력 품질이 흔들리면 서버 가동률, 서비스 지연, 고객 신뢰, 위약금까지 연쇄 충격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전력망 사정이 불안정하거나 증설이 더딘 지역일수록 데이터센터가 '전력원 인근'으로 이동하고, 자체발전·분산전원 수요가 커지는 흐름이 나타난다. 시장에서는 "데이터센터는 서버보다 전력이 먼저"라는 말까지 나온다.
엔진은 설치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실제 데이터센터 전력용 엔진은 높은 부하 변동과 빈번한 기동, 혹독한 운전 조건을 버텨야 하고, 정비 품질은 곧 가동률로 환산된다. 특히 이번 협력이 단순 점검 수준이 아니라 '장기 유지·보수 계약(LTSA)'과 '운영·정비(O&M)' 계약 추진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HD현대마린솔루션 입장에선 단발성 매출이 아닌 반복·누적형 수익원 확보 의미가 크다. 선박 중심으로 축적해 온 AM 역량을 육상발전(데이터센터)으로 확장해, 북미에서 새로운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HD현대마린솔루션은 AM 사업을 기반으로 실적 체질을 바꿔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25년 영업이익 350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8.9% 증가했고, 주력 AM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16% 늘며 성장을 이끌었다. '설치된 기기(Installed base)'가 늘수록, 그리고 장기계약 비중이 높아질수록 실적 변동성이 낮아지는 AM 비즈니스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됐다.
이번 북미 데이터센터 건은 K조선 전반의 '사업 지평 이동'과도 맞닿아 있다. 상선 슈퍼사이클과 방산 특수로 수주잔고를 쌓은 조선업계가 다음 성장축으로 데이터센터 산업을 겨냥하면서, 두 갈래가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개념설계 인증(AiP)을 확보하며 상용화를 준비 중인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같은 해상 인프라 모델, HD현대처럼 엔진·발전설비를 앞세운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진출이다.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구조적으로 우상향하는 만큼, 엔진·정비·운영까지 묶는 패키지형 사업자의 기회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가 '전력 먹는 하마'가 되면서, 미국에서 AI 데이터센터가 신규 전력 수요의 절반을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력망 병목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데이터센터가 원하는 것은 더 싸고 더 많은 전기만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끊기지 않는 전기'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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