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경영진도 특정투자자 대상 포함
내년부터 증권사 투자 권유 확대
스타트업 자금조달 활성화 기대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금융청이 올해 여름부터 비상장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개인투자자 자격 요건을 완화한다. 유통시장 및 발행시장 참여 기준을 낮춰 중소기업 경영진까지 참여 범위를 확대하고, 내년 봄부터는 증권사의 투자 권유도 보다 폭넓게 허용할 방침이다. 일본 가계가 보유한 막대한 자금을 스타트업 업계로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올해 여름 내각부령 개정을 통해 비상장 주식 등을 거래할 수 있는 '특정투자자 대상 종목 제도(J-Ships)' 참여 요건을 완화할 계획이다.
그동안 비상장 주식은 유동성이 낮아 매매가 쉽지 않은 데다 투자 위험도 높아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자산 규모나 거래 경험이 적은 개인의 참여가 제한돼 왔다.
현재는 경제학자나 증권 애널리스트 등이 연 소득 1000만엔(약 9459만원) 이상이거나 순자산(자산-부채) 1억엔(약 9억4590만원) 이상일 경우 비상장 주식 거래가 가능하다.
금융청은 여기에 중소기업 경영진도 포함하기로 했다. 다만 스타트업 등에 대한 투자 경험이 있다는 점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지역 기업이나 스타트업에 자금을 공급하기 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순자산 3억엔(약 28억3770만원) 이상 보유 투자자에 대한 요건도 대폭 완화된다. 기존에는 특정투자자로 전환하기 위해 '월 평균 4회 이상', '1년 이상 거래 경험'이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연 평균 1회 이상 거래 경험'만 충족하면 된다.
아울러 금융청은 내년 봄 금융상품거래법 개정을 통해 증권사 등이 잠재적 특정투자자에게 비상장주 투자를 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현재 특정투자자는 약 2000~3000명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J-Ships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도 약 1800억엔(약 1조7026억원)에 그쳤다.
다이와종합연구소의 다니 교 연구원은 "이번 규제 완화 대상에 포함되는 연소득 1000만엔(약 9459만원) 이상의 중소기업 경영자는 약 20만명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다. 투자 자금 확대 여지가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금융청은 내년 봄 이후 추가 규제 완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정투자자가 일반 투자자에게 비상장주를 매각할 때 지금까지 필요했던 유가증권 신고서 제출을 일부 면제하는 방식이다. 기업 임직원이 자사 주식을 매입하는 경우나 일반 투자자가 인수합병(M&A)을 통해 해당 기업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등이 대상이다.
이 경우 특정투자자의 매각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거래 참여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비상장기업은 상장사보다 공시 의무가 적어 투자 사기 등에 악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일반 투자자까지 참여가 확대될 경우 이러한 부작용을 어떻게 방지할지가 과제로 꼽힌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금융청이 개인투자자를 비상장 주식 시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스타트업 육성에 있다.
도쿄증권거래소가 지난해 한국의 기술특례상장 제도와 유사한 '그로스(Growth) 시장'의 상장 유지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스타트업에 보다 견고한 성장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장 이전 단계에서의 자금조달 중요성도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현재 스타트업 자금조달은 벤처캐피털(VC)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개인투자자의 참여는 제한적이다. 일본증권업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일본 스타트업 자금조달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16%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0.59%로 약 4배 수준이다.
비상장기업 자금조달 규모 역시 미국은 일본의 수십 배에 달하며 상장기업 수를 웃도는 1만 종목 이상의 비상장 주식 거래시장이 형성돼 있다.
일본은행(BOJ)에 따르면 일본 가계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140조엔(약 1경783조원) 규모의 현금·예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2024년 새로운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 도입 이후 위험자산으로의 자금 이동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청은 개인투자자가 직접 비상장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해 이 같은 자금 흐름을 스타트업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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