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국이 '인공지능(AI)에 대한 현실 감각'을 잃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날 '현실 감각 상실: 한국은 어떻게 AI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나(Reality deficit: How South Korea lost the plot on AI)'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AI 콘텐츠 소비 행태와 그에 따른 부작용을 분석했다.
대표적 사례로는 최근 국내 소셜미디어(SNS)에서 조회수 1500만 회를 돌파하며 화제를 모은 이른바 '야구장 여신' 영상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한 여성이 야구장 관람석에 앉아 있는 5초 분량의 이 영상은 수많은 네티즌의 관심을 끌었으나, 조사 결과 전광판에 표시된 경기 정보 등이 실제 데이터와 맞지 않는 'AI 생성물'로 밝혀졌다.
AI 생성물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공공 안전을 위협한 사례도 언급됐다.
지난 4월 대전 오월드에서 늑대가 탈출했을 당시, 학교 앞 교차로에 늑대가 나타났다는 사진이 유포됐다.
조사 결과 이는 한 직장인이 AI로 합성한 이미지였으나,대전시 재난관리당국이 이를 실제 상황으로 오인해 주민 대피 공문을 발송하고 브리핑 자료로 활용하면서 행정력 낭비를 초래했다.
SCMP는 디지털 편집 도구 캡윙(Kapwing)의 2025년 자료를 인용해 "한국이 클릭 수를 노린 저품질 AI 조작물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로 꼽혔다"고 전했다.
아울러 2024년 텔레그램을 거점으로 미성년자와 학생을 표적으로 한 딥페이크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한국 내 AI 부작용이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규제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 정부는 올해 1월부터 'AI 기본법'을 시행하고 생성형 AI 결과물에 대한 워터마크 표시를 의무화했으나, 현행법의 적용 범위가 주로 AI 개발 기업과 서비스 제공사에 집중되어 있어 개인이 제작하고 유포하는 가짜 영상의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장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외모와 이미지에 민감한 한국 사회에서 AI가 억압된 욕망과 좌절을 대리 만족시키는 '왜곡된 거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AI에 대한 과도한 몰입이 현실 도피를 부추기고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단순한 오락거리로 치부하지 말고 사회적 차원의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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