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사측 신청 인용…"반도체 시설 손상·제품 변질 방지 인력 평시 수준 유지해야"
금지 결정 위반 시 1일 1억원 지급 명령, 노사, 중노위서 막판 최종 협상 돌입
법원이 반도체 공정의 특수성을 고려해 안전보호 및 시설·제품 손상 방지를 위한 인력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함에 따라, 나흘 뒤로 다가온 노조의 대규모 총파업 행보에 사실상 제동이 걸렸다.
수원지법 민사31부(신우정 부장판사)는 18일 삼성전자가 지난달 16일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2개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채무자들은 쟁의행위 기간 중 안전보호시설이 평상시(평일 또는 주말·휴일)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규모, 주의의무로써 유지·운영되는 것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특히 사측이 보안 작업으로 주장한 작업시설 손상 방지 및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 등이 평상시와 다름없이 수행되어야 함을 분명히 했다.
이와 더불어 초기업노조와 최승호 위원장에 대해 시설 점거 및 잠금장치 설치, 근로자 출입 방해 행위 등을 금지했으며, 이를 담보하기 위해 "금지결정 위반 시 1일당 1억원을 지급하라"는 간접강제 명령도 내렸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재판부는 노동조합법 제38조 2항(작업시설 손상 및 원료·제품 변질 방지 작업의 정상 수행 의무)을 들었다.
재판부는 '정상적'이라는 의미를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는 평시 상태"로 해석하며, "보안 작업이 형식적인 수준을 넘어 실질적으로 시설 손상과 제품 변질을 막을 수 있도록 수행되어야 합법적"이라고 보았다.
여기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갖는 영향력도 작용했다.
재판부는 "초정밀 미세장비인 반도체 설비는 한번 손상되면 재가동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며 "생산 차질이 자동차, 가전, 정보통신 등 전방 산업의 지연으로 이어질 경우 사후 금전 배상으로 회복할 수 없는 현저한 손해와 급박한 위험이 초래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은 노조원의 쟁의 동참 호소 과정에서의 협박 금지, 임직원 대상 방해금지, 전국삼성노조 및 우하경 위원장에 대한 시설 점거 금지 등 사측 신청의 일부 항목은 기각했다.
이번 법원의 결정은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 나와 향후 노사 관계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앞서 전국삼성노조 등은 이달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 약 5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한 바 있으나,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파업 전술과 강도에 법적 제약이 불가피해졌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정부 중재로 총파업 전 마지막 협상에 돌입했다.
현재 노조는 '연봉 50%'인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업계 1위 달성 시 경쟁사를 뛰어넘는 최고 수준의 특별 포상을 약속하면서도, 성과급 상한 폐지를 제도화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막판까지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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