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음주운전 의심" 추측성 신고만으론 음주측정 거부죄 성립 안 돼

성민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8 14:35

수정 2026.05.18 14:35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제삼자의 추측성 신고만으로는 경찰의 음주 측정에 응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사진=뉴스1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제삼자의 추측성 신고만으로는 경찰의 음주 측정에 응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단순히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추측성 제보나 신고만으로는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에 반드시 응할 법적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주관적인 의심에 기반한 무차별적 측정을 허용할 경우 사법 공권력이 개인의 보복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취지다.

대전지법 홍성지원 형사2단독 김택우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A(5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20일 충남 아산시의 한 음식점 앞에서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당시 식당에 있던 B씨가 "A씨가 위협적으로 행동한다"며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경찰에게 "운전을 모두 마친 뒤 식당에 들어와서 비로소 술을 마셨다"고 주장하며 측정에 응하지 않았고, 검찰은 A씨를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사건 당일 오후 8시 12분께 운전을 마치고 식당에 들어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B씨의 신고는 약 2시간이 지난 오후 10시 1분께 이루어졌으며, 경찰의 측정 요구와 A씨의 거부는 오후 10시 30분께 발생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도로교통법 제44조 2항이 규정하고 있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A씨에게 있었는지 여부였다. 현행법상 상당한 이유가 존재할 때만 경찰의 측정 권한과 운전자의 불응 시 처벌 조항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정황상 추측성 신고만으로는 이 같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상당성 요건을 과도하게 완화할 경우 헌법적·정책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김 부장판사는 "주관적 의심만으로 음주 측정 의무를 인정하게 되면, 악의적인 목적으로 의심 신고를 하는 것만으로도 무고한 시민을 강제 수사 선상에 올릴 수 있게 된다"며 "이는 시민의 평온권을 해치고 사법 공권력을 개인의 보복 수단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운전을 끝내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 별도 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시민에게까지 측정 의무를 부과한다면,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과거 행적을 일일이 입증해야 하는 과도한 부담을 지우게 된다"며 "이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에 반하며,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음주 측정 요구 당시 경찰관이 확보한 정보는 제삼자의 추측성 신고와 운전 후 2시간이 지나 식당에서 술을 마시는 피고인의 모습뿐이었다"며 "이러한 정황만으로는 상당성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